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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외부 활동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은데 재판에서는 아픈 척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는 윤희숙 전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비록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으나 여러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를 꼬집은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국민의힘 패배가 예상됐었다.
18% 차이의 패배를 예상한 이준석 전 대표가 마치 대단한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떠벌리지만, 정치평론가 중에서 여당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도권 지역의 보궐선거에서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이 후보를 내서 이기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귀책사유’를 명분으로 ‘무공천’을 주장한 것은 그런 연유다.
과거 귀책사유가 있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리하게 후보를 냈다가 참패한 일도 있다. 귀책사유라도 다 같은 귀책사유가 아니라는 주장은 대단히 오만한 것으로 결코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귀책사유 당사자를 공천하다니, 제정신인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민주당이 압승했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이게 독(毒)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민주당의 승리는 여당의 ‘잘못된 공천’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뭘 잘해서 이긴 선거가 아니라는 말이다. 특별히 이재명 당 대표는 아무 역할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 장악력이 단숨에 극대화됐다. 구속 위기에서 한순간에 국면을 전환한 것이다.
사실 이 대표는 불과 2주 전만 해도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법원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받으며 구속 갈림길에 처해 있었다. 자신의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에서 그는 뜬금없이 무기한 단식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이재명 대표 체제가 공고해질 전망이다.
당내에선 감히 그 누구도 당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이 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리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승자의 저주’가 어른거린다고 한 것이다.
검찰은 12일 이재명 대표를 '백현동 개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구속영장 청구 때 들어갔던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는 일단 빠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이 공모해 2014년 4월부터 2018년 3월 백현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청탁에 따라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가 단독으로 백현동 개발사업을 진행하게 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함으로써 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2019년 쌍방울 회장 김성태에게 독점적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등 부정한 청탁을 받아주는 대신 북한에 줄 불법자금 800만 달러를 대납해달라고 요구한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도 받는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재판에서 김진성(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이 "당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음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증언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기는커녕 보궐선거 승리로 되레 입지가 강화된다면 그건 분명 ‘승자의 저주’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이 귀책사유 당사자를 후보로 낸 정당을 심판 것이지, 결코 민주당이 특별히 무엇을 잘해서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민심을 오판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고 ‘이재명 방탄’ 정당으로 전락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회초리가 아니라 쇠몽둥이로 맞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그런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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