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세훈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4-22 11: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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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여권 잠룡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에 출마했던 후보들과 잇따라 회동하는 것을 두고 대권 행보 보폭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데 그건 오해다.


오 시장은 22일 국민의힘 서울 서·남부 지역 낙선자들과 만찬을 하고, 23일에는 서울지역 당선자들과 차례로 만찬 회동을 한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9일에는 한남동 시장공관에서 국민의힘 서울 동·북부 지역 낙선자 14명과 2시간가량 저녁 식사를 함께한 바 있다.


이런 일정은 오세훈 시장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 김선동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과 협의해서 정한 것이니만큼 거기에 특별히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알고 있는 필자는 오히려 오세훈 시장의 인간미를 엿보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울 따름이다.


이번에 서울 출마자들과 만찬 회동을 계획하면서 낙선자들을 먼저 위로하고, 이후 당선자들과 만나는 의견을 먼저 낸 사람은 오세훈 시장이다.


아마도 20대와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광진을에 각각 출마했다가 고배를 든 아픈 경험이 있는 오 시장으로서는 낙선자들을 먼저 챙기려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광풍처럼 몰아치는 서울 한복판에서 여당 후보로 선거에 임하는 사람들이 겪었을 그 고통을 알기에 당선자들을 축하하는 것보다 낙선자들을 위로하는 게 먼저라는 오 시장의 모습은 여당 지도부가 본받아야 한다.


국민의힘 중앙당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낙선자들을 위로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중앙당은 총선 직후 당선자 총회부터 열었다. 그 총회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희희낙락이었다.


하지만 그럴 분위기였던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포함해 고작 108석을 얻었을 뿐이다.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것으로 사상 최악의 참패라는 21대 총선과 비교해도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런데 지난 16일 당선자가 모인 자리에서 여러 당선인은 살아 돌아온 데 대해 서로 환한 얼굴로 축하를 나눴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지만, 당선인 몇몇이 발언하는 데에 그쳤다.


이튿날인 17일 이어진 초선 당선인 오찬에서도 선거 패배 원인으로 특정 인사를 지목하는 등의 쓴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반면 19일 열린 낙선자 간담회는 침통했지만, 치열했다.


총선 직후 열린 당선자 총회를 언론으로 접한 한 낙선자는 “하하 호호 희희낙락”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참담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참패한 정당이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실망했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낙선자와 당선자가 정말 같은 정당 소속인지 의심스러울 지경 아닌가.


오 시장이 낙선자들과 먼저 만난 것은 이런 그들의 심경을 처절하게 경험해 봤고, 그것이 그들에게 비록 작은 일이지만 큰 위로가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오 시장이 낙선자들과 만찬에서 ‘낙선자들과 함께 가겠다’, ‘나와 같이 가자’라는 취지의 말을 많이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오 시장은 동·북부 지역 낙선자들과 저녁 자리에서 “낙선한 지역이라도 총선 때 발표한 공약은 서울시에서 최대한 지키도록 하겠다”라며 “서울시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4년 후 낙선자들의 선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이번 총선은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오세훈 시장이 제시한 정책 중에는 득표력이 상당한 정책들도 많았다.


‘안심소득’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서울런’ ‘손목닥터9988′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앙당에서도 이런 정책을 유권자에게 알리기보다는 시종일관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에만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


오 시장은 낙선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런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런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지방자치단제장은 그 직책상 선거에 뛰어들 수 없다. 법률적으로 제재가 많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훌륭한 정책을 당이 활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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