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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이준석 전 대표의 요란한 정치 행보가 꼭 그 모양이다.
그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를 지지 기반으로 하는 신당을 창당하고 대구에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대구시민들은 그에게 아예 관심이 없다.
실제로 대구시민 10명 중 4명 이상은 이 전 대표의 행보 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5일 나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준석 신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보다도 낮았다는 점이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지난 1~3일 대구시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관심 없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42%에 달했다.
‘국민의힘으로 복귀하기 바란다’라는 응답도 23%나 됐다. 반면 ‘신당을 창당하기 바란다’라는 의견은 21%에 그쳤고, ‘무소속 출마’는 그보다 낮은 8%에 불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신당 창당 논의가 대구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내년 총선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19%, 이준석 신당 12%로, 이 전 대표의 신당보다 차라리 민주당을 찍겠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보수의 텃밭에서 민주당보다도 지지를 더 많이 받지 못하는 보수정당이라면, 이미 그건 끝난 거다.(이 조사의 응답률은 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적으로 보수의 철옹성을 겨냥한 이준석의 신당 창당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대구 민심은 여전히 이 전 대표에 대해 배신자 프레임을 갖고 있으며. 이 전 대표 때문에 보수가 분열된다는 인식이 큰 탓일 게다.
그가 말로는 신당 창당을 한다고 떠벌리지만, 정작 신당 창당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야 겨우 출마자를 모집하는 등 형식적인 모습만 취할 뿐이다.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신당 창당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국민의힘에 남기 위해 명분 찾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준석 신당이 창당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설사 창당이 된다고 해도 의석수는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이낙연 신당은 다르다.
민주당에서 다른 사람들이 탈당한다면, 그건 그냥 ‘탈당’일 뿐이지만, 민주당에서 사무총장을 지내고 전남도지사에 국무총리, 당 대표까지 역임한 그가 탈당하면 그건 ‘분당’이다.
이준석 대표가 단순히 분을 못 이겨 ‘나 홀로 탈당’한 것과는 파괴력에 있어서 비교가 안 된다.
더구나 이낙연 전 대표에게는 이준석 전 대표와 달리 당을 나가도 좋을 명분이 축적되어 있다.
국회 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해 놓고는 정작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해선 부결시켜달라고 읍소한 이재명 대표의 저열한 행동을 보는 순간, 그는 도저히 그와 정치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의 정치개혁 약속을 저버리고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며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기다림에도 바닥이 있다”라며 신당 차당에 대해 “때가 되면 말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연유다.
그걸 명분으로 신당을 창당하면 ‘이재명의 개딸당’으로 전락한 민주당보다도 훨씬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안철수의 국민의당보다도 명분이 더 좋다. 그때 ‘안철수 신당’이 돌풍이었다면 지금의 이낙연 신당은 가히 태풍급이라 할만하다.
따라서 국민의힘, 민주당, 이낙연 신당의 3자 구도로 총선이 진행될 경우, 신당은 어렵지 않게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머뭇거릴 이유 없다. 그러다 때를 놓칠 수도 있다.
지금이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타락할 대로 타락한 민주당과의 결별을 아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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