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임시국회는 ‘방탄국회’였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15 11: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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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1월 임시국회가 소집 이후 단 한 차례의 본회의도 열지 않았다. 본회의 소집권을 가진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동남아 순방길에 올랐다.


개별 의원들도 다수가 의원외교에 참여하기 위해 해외에 나가 있다. 그 수만 여야 의원들 4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소집됐지만, 민주당 의원들도 대거 해외 순방을 떠난 상태다. 이에 따라 여야 협상이나 상임위원회의 운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 소집이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특권을 활용하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애초 1월에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통상 1월은 의정활동보다는 지역구 및 대외 활동에 주력하는 달로, 해외 순방과 신년·설날 지역 인사로 일정이 가득하다. 과거를 봐도 1월 임시국회가 소집된 사례가 드문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방탄국회는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인 '회기중 불체포 특권'을 이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위해 소속당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도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에는 석방되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즉, 국회의원이 어떤 범죄에 혐의가 있어 체포하려고 해도 국회가 열리고 있으면 국회 동의 없이는 체포할 수 없기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소속당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1월 임시국회는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특권을 이용한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번 주 검찰 소환조사를 마친 이재명 대표가 연일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방탄 프레임'을 뚫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전국 민생투어로 장외 여론전에 나서도, 경제·안보 현안 논의를 위한 임시국회를 열어도 '이재명 방탄'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비상경제회의, 영수회담 등 굵직한 현안을 패키지로 제안한 배경도 국면전환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방탄 프레임에 쐐기를 박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민의 관심은 온통 거기에 쏠리는 모양새다.


특히 '변호사비 대납 의혹' 핵심 인물로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귀국 뒤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 입지가 더 위태로울 수도 있다.


‘방탄 프레임’에 걸려 정부·여당 실정을 아무리 공격해봐야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당내 비판도 이 대표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실제로 박용진 의원은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살려면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분리 대응하고 또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은 ”이 대표의 거취는 지금으로써는 이 대표 스스로 아마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고 스스로 판단을 하실 거라고 본다“고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일부 친명계도 이런 주장에 가세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처럼 '당과 분리 대응' 전략이 방탄 논란을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이미 '야권 죽이기' 프레임으로 '단일대오' 기치를 내건 이 대표로선 결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 ‘방탄국회’라는 족쇄를 찬 이재명 대표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사법리스크가 아닌 '검찰리스크'로 불러야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 10일 검찰 조사를 두고 "당당하게 임했지만,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라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사용해 저항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나같이 청렴한 사람은 불체포특권이 필요 없다“라고 큰소리치던 이재명 대표가 어쩌다 ‘불체포특권’에 기대어 정치생명을 연장하게 되었는지 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특권으로도 영원히 자신의 비리 의혹을 방어할 수는 없다. 다만 시기가 조금 늦춰질 뿐 죄가 있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 그게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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