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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는 예상을 빗나가는 법이 없다.
이재명 대표가 5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제 문제와 관련, 현행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서 위성 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애초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라며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탄희 의원 등 당내 의원 70명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퇴행 반대하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자 절충안이라며 내세운 것이 ‘권역별 병립형’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병립형에) 권역별이라는 말을 왜 붙였겠나. 원래대로 돌아가기 창피하니까 붙인 거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특히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친민주당 군소 정당들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라’며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지난 3일 녹색당과 총선 기간에만 ‘선거연합’ 차원에서 당을 합친 ‘녹색정의당’을 출범하면서, 국회에서 ‘권역별 병립형 개악 저지’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권역별·병립형 제도가 도입되면 한 권역에서 7% 이상을 얻어야 비례 1석을 가져갈 수 있어, 전국에서 3%만 얻으면 1석이 보장되는 옛 단순 병립형보다도 정의당 등 군소 정당들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안을 결정하기 위해 '전 당원 투표'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에게 향할 비난 여론을 당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고민정 의원은 "전당원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건 책임 전가하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으며,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대개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 투표를 해서 하더라”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해찬 지도부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위성 정당 참여 여부를 전당원투표에 부쳤다. 직전까지 여당의 위성 정당 추진을 ‘꼼수’ ‘민주주의 파괴’라고 비판했는데, 의석수에서 손해를 볼 우려가 커지자 슬그머니 위성 정당 바꾸면서 그 책임을 당원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갑자기 전당원투표 방침을 철회하고 이재명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때 필자는 이재명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포기하고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당원투표에 부치겠다는 것은 병립형으로 회귀하되 그에 따른 책임을 자신이 지지 않고 당원들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미이지만, 이재명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것은 멋지게 준연동형제 유지를 선언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한 치도 어긋남이 없었다.
그러나 그건 멋진 모습이 아니다. 왜냐하면,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과거처럼 위성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라며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겠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이라는 명분으로 정의당 등 친민주당 성향의 모든 정당을 끌어모아 비례용 위성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병립형 회귀보다도 더 퇴행적이다. 오히려 그동안 위성 정당 방지법에 대해 침묵하던 이재명 대표의 사악함이 드러났을 뿐이다. 비례용 위성 정당 방지법을 외면한 것은 자신이 그런 위성 정당을 만들고 거기에 친명계 인사들을 공천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 멋지게 비칠 리 만무하다. 이재명 표 선거제는 사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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