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이 고전하는 모양새다. 애초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신당이 각종 조사에서 한 자릿수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 2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3%로 ‘폭삭’ 주저앉았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정당 지지율을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 35%, 국민의힘 34%, 개혁신당, 이낙연 신당 각각 3%로 집계됐다.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은 21%였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여론조사 업체 '에브리리서치'가 인터넷매체 '뉴스피릿'의 의뢰로 지난달 2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개혁신당)' 지지율이 8.1%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4.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 신당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면서 ‘개혁신당’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사실 이건 이준석 대표의 ‘갈라치기’ 결과로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준석 대표에게 곧잘 따라붙는 수식어가 ‘갈라치기 정치’다.
20대 대선 전후 이 대표는 여성할당제·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등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했다.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던 대선에서 0.73%포인트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다. 20대 여성 투표자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으로 결집하는 역풍이 분 탓이다.
하지만 그 결과 이 대표는 ‘2030 남성의 대변자’라는 감투를 쓰게 됐다. 본인이 30대 남성일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관심이 높은 젠더 문제를 앞장서 제기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힘은 그의 ‘젠더 갈라치기’로 상당한 역풍을 맞았지만, 자신은 ‘2030 남성의 대변자’로 우뚝 서는 영광을 누리게 된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는 경찰과 소방 등 특정 분야의 공무원이 되려는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젠더갈라치기’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가 낸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 역시 세대 갈라치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는 기존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도시철도와 버스·택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간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바우처)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공약이 나오자마자 대한노인회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신당 세력이 이준석 대표와 제3지대 빅텐트를 치는 문제에 있어서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 이유가 바로 이런 갈라치기 정치 때문이다.
여성을 혐오하고 노인을 혐오하는 ‘혐오 정치’로 20대 남성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그것으로는 전국정당이 될 수 없다. 그게 지지율 3%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된다면 그런 지지율로도 비례대표 의석을 2석에서 3석 정도는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준석 대표의 노림수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이 "경영학의 마케팅 전략에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 전략이 있는데 (이 대표는) 누가 나한테 충성할 것인가에서 20대 남성으로 Segmentation(분할)한 것 같다"라며 "과연 지금 나오는 이러한 공약들에서 어떤 비전과 메시지가 있나. 국민 갈라치기, 비례 한 석을 더 얻기 위한 포지셔닝 이외에 어떤 뜻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연유다.
그런 갈라치기 정치로 자신의 입지가 구축되고, 그 결과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 수는 있겠지만, 그 후유증은 대체 어찌하려는 것인가. 망나니 같은 애송이 정치인 한 사람으로 이 사회에 약자를 혐오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걸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제3지대가 진정 국민의 지지를 받고 싶다면, 혐오 정치를 조장하는 이준석은 빼라. 거대 양당도 신물 나지만 갈라치기로 생존하는 이준석은 더 싫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