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근자감’의 실체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08 11: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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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유승민 전 의원이 내년에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현행 룰 대로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차기 당 대표 자격으로 수도권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에 대해선 “그런 당권 후보가 저밖에 더 있느냐”고 말했다.


이쯤 되면 과대망상도 중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에 출마했으나 김은혜 후보에게 졌다. 대선에 두 차례나 도전해 전국적인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후보가 인지도가 취약한 초선 경력의 후보에게 밀린 것이다. 그것도 유승민 전 의원에게 상당히 유리하다고 하는 ‘당심’ 5대 ‘민심’ 5 경선룰에 따라 싸웠는데도 졌다.


더구나 김은혜 후보는 현역 의원에게 주어지는 5% 페널티를 안고도 52.67%의 득표율 얻은 데 반해 경쟁자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44.56%에 그쳤다. 만일 김은혜가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면 그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을 것이다. 이게 유승민 전 의원이 그토록 떠벌리는 경쟁력의 실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에 뜻을 두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전당대회 룰을 현행대로 해도 유승민 전 의원에게 승산이 없다고 일축한 것은 이런 연유다.


더욱 가관인 것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MZ세대와 수도권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던데 웬일로 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가 싶었다"라며 "그런 당권 후보가 저밖에 더 있느냐"고 호들갑을 떤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초선의원에게조차 밀린 사람이 ‘수도권 지지’를 운운하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한가. 더구나 그는 4선 국회의원이지만 수도권에서는 단 한 차례도 금배지를 달아본 적이 없다.


실제로 유승민은 여당의 전통 텃밭인 대구에서만 내리 4번째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게 전부다.

 

수도권 경쟁력을 입증할만한 이력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은 영남권이 아닌 수도권을 대표하는 당권 주자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막힐 노릇인가.


오죽하면 김기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지역 출신이나 특정 계층의 지지를 위해 다른 지역과 계층을 도외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시는 것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정치인의 변신은 자유이지만, 그 자유에 따른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을 떠난 후 그 정치적 고향을 비하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겠는가.


비록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유승민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배신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항상 내세우는 여론조사 결과라는 것도 알고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유승민이 33.6%로 1위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면 나경원과 안철수에게 밀려 유승민 지지율은 13.9%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유승민 전 의원이 1위로 나오는 것은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즉 야당 지지층이 가장 약한 여당 당 대표를 만들기 위해 그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걸 ‘역선택’이라고 한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근 미국의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상원은 공화당이 신승하고, 하원은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하원은 공화당이 승리했으나 가까스로 이겼고, 상원은 오히려 민주당이 승리했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일까?


당시 미국 언론은 민주당 지지층의 공화당 후보에 대한 ‘역선택’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유승민 전 의원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할 때 1위를 달리는 요인 역시 민주당 지지층의 적극적인 역선택 결과로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게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되레 치욕스럽게 생각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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