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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신당론이 정치권에서 급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잃어버린 사람은 바로 유승민 전 의원이다.
14일 공개된 여야 차기 대권 주자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 이상 지지를 받은 사람은 모두 9명이었지만, 그는 그 명단에 끼지도 못했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는 3%의 지지로 5위에 올랐다.
물론 그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0%대인 유승민 전 의원이나 3%인 이준석 전 대표나 그게 그거 일 수 있지만, 뉴스를 접하는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그게 아니다.
이제 ‘유승민 전 의원은 아예 존재감이 없구나’ 하는 게 일반 유권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 전 의원은 이준석 전 의원에게는 그저 ‘귀찮은 존재’, 혹은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추진을 위해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도 정작 자신이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던 유승민 전 의원은 애써 외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신당 추진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이상민 의원과 만났고, 다른 비명계 의원들과도 전화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에서 신당을 추진하는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도 만났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만나 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른바 이준석계로 알려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만나 신당 구상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과 만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그와 거리를 두는 것 처럼 보인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에서 신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최근 TK를 기반으로 하는 신당을 만들어 대구에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대구 민심은 최악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유승민은 아직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다. 따라서 대구에서 이준석, 유승민 바람은 전혀 불지 않을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유승민 전 의원은 대구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혔기 때문에 이준석과 유승민이 힘을 모아 신당을 만들더라도 대구에서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실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출마할 생각조차 못 하고 지난 총선 당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무 연고가 없는 경기도에서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던 것은 그런 연유다. 대구 출마를 꿈꾸는 이 대표에게 그런 유승민의 존재가 달가울 리 없다.
그래서 그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신당을 만들더라도 이준석과 금태섭이 양대 축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그렇게 조언을 했을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최근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만난 것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이준석 신당에 자신이 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잔류로 가닥을 잡았다는 말이다.
유승민계 김웅 의원이 15일 신당에 합류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면 이준석 신당은 진짜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이 하루에 1%씩 올라간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동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12월 말을 분기점으로 신당 추진을 예고했다. 그런데 신당은 단순히 서류 접수로만 되는 게 아니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5개 광역시도에 각 1000명 이상을 충족하는 총 5000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한다. 중앙당을 만들어 당직을 짜야 하고, 광역시도당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이런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신당 창당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준석 신당 띄우기’를 통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그게 목적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신당론은 국민의힘에 자신을 대구에 공천해 달라는 떼쓰기에 불과하다.
이래저래 유승민과 이준석은 이제 그 한계에 다다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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