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제1 덕목은 ‘말솜씨’ 아닌 ‘신뢰’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2-15 11: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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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말 바꾸기’ 행태가 심각하다.


아무리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 보니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5일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매일 (이 후보의) 말이 달라진다. 아침에 한 말이 저녁에 달라지는 식이다 보니 무슨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경”이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미국의 사상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튼튼한 사회가 경제도 성장하고 자유민주주의도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저신뢰 사회’는 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은 당연히 ‘고신뢰 사회’”라며 “‘고신뢰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 지도자, 특히 대통령의 ‘신뢰’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신뢰’를 잃으면 국정 동력이 약해지고, 우리 사회처럼 정치적인 분열이 심각한 사회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전날 대전시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모적인 탈원전 논쟁을 중단하고, 사용후핵연료 문제 먼저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겨냥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 5년 전에 공약한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있다. 처음엔 '원전은 이미 하나의 경제구조'라며 핵발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지난주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벽창호'라며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발전에 대한 정당의 입장이 5년 만에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지금의 공약이 앞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사실 이재명 후보의 말 바꾸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이 후보의 말 바꾸기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입만 열면 ‘기본소득’을 떠벌리던 이재명 후보가 느닷없이 “기본소득이 1번 공약은 아니다”라고 발뺌하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경선 첫 TV토론에서 "수시로 말이 바뀌는 것 같다. 1위 달리는 후보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공약으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라고 일갈했다. 박용진 의원도 "말을 바꾸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표리부동한 정치인, 불안한 정치인"이라고 가세했다.


심지어 박 의원은 마지막 TV토론에서 “정책이 잘못됐다면 생각을 바꿔야지 말을 바꾸면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후보의 말 바꾸기는 기본소득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이재명은 국토보유세, 전국민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고 물러섰었다. 그러나 최근 한 세미나 강연에서 “국토보유세는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 설득부터 하겠다는 뜻이며 재난지원금도 포기가 아니라 정기국회에서 내년 예산에 넣기를 양보한 것”이라고 다시 말을 바꾸었다. 포퓰리즘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궤변이다.


말 바꾸기의 백미는 ‘박근혜 존경’ 발언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3일 전북 전주에서 ‘2030 청년들과의 쓴소리 경청 시간’ 토크콘서트에서 "정치인들은 지지를 먹고 산다. 위축될 때 누가 이름을 연호해주면 자신감이 생기고 주름이 쫙 펴진다"라면서 "(그래서)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 하시다가 힘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었다.


아마도 중도층과 보수층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었겠지만, 이에 대해 진보층의 비판이 커지자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면서 진짜 존경해서 쓴 표현이 아닌 조롱 차원의 비꼬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렇게 수시로 말 바꾸기를 해서 그가 얻은 건 별로 없다. 되레 잃은 게 더 많다.


실제로 SNS에는 ‘이재명이 내년 3월 9일 당선되면, 그가 선거 기간 동안 해온 모든 말을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취지의 비아냥거림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박용진 의원의 예언처럼 국민에게 이재명 후보는 ‘말을 수시로 바꾸는 신뢰할 수 없는 표리부동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본인 스스로는 ‘언변’에 자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국민은 그런 ‘궤변’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제1 덕목은 말솜씨가 아니라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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