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도하차는 막아야 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5-28 11: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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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어제저녁 지금은 정계를 떠난 원로 정치인과 만찬을 했다.
그 자리에서는 정치 현안에 대해 아무 말씀도 없었다. 그러나 그분 자택으로 향하는 차에 단둘이 탑승하게 되자 지금의 정치 현실에 대해 “걱정”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분 말씀의 요지는 이렇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그 돌파구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아 걱정이다.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대통령을 끌어내리면 자신이 대선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이 되고, 그러면 자신의 죄는 모두 덮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황당한 단식으로 재판을 지연하는 전략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아마 법원도 지금은 이재명의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분의 이런 걱정이 한낱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권의 대여 발언이 점점 거세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까지 거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조국당은 노골적이다.


조국당 원내대변인인 신장식 당선인은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할 수 있는 두 가지 트랙을 모두 추진하고 있다”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와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기를 조언한다"라며 "만약 반대표를 던지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도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이 완성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 추진이라는 의제는 간단하게 언급하거나 꺼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22대 국회에서 제3당 지위를 확보한 정당이 임기 시작 전부터 이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은 초선 당선인들에게 22대 국회 임기 초반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을 주문하면서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하도 무도한 2년을 했기 때문에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3년이 길다'고 할 정도로 국민 요구가 많다"라며 “거기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까. 잘못 부응하면 비판이 굉장히 거셀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지난 25일 야당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특검법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투표로 심판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고 역사와 국민에게 저항한다면, 이제 국민의 힘으로 현장에서 그들을 바로 억압해 항복시켜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민주당이 대선 불복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탄핵’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국민 요구’라거나 ‘항복시켜야’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으나 그 속내는 조국혁신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범죄 혐의자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사법부를 무력화시켜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국가라면 이건 정당한 국가라고 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요건이 엄격하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한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석은 모두 192석으로 8석이 모자란다. 물론 여당에 ‘제2의 유승민’ 같은 인물이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설사 억지로 탄핵 소추안을 국회에서 의결하더라도 탄핵심판으로 이어지는데,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가 행한다. 탄핵 결정은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한다. 쉽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국회 의결 후 탄핵심판까지 대통령의 자격이 정지된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법원이 이재명 대표의 눈치를 안 보고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지금도 그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한데 그때는 가관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표가 죄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임기 도중에 내려오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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