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파동’ 민주당, 탈당 행렬 속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2-27 11:57:2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당 지도부 균열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탈당 행렬도 속출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당의 ‘투톱’인 이재명 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의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급기야 최고위원 7명 중 유일한 비명계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친명 외곽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이끄는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출마가 지도부 균열의 빌미가 되고 있다.


친명 인사인 김 위원장은 현직 강원도당위원장 신분으로 비명계 강병원 의원이 현역인 은평을에 출사표를 던져 ‘자객 출마’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당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공관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친명 인사인 그의 은평을 출마를 용인했다.


사실 다른 지역 도당위원장이 그 직분을 버리고 서울에서 출마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당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그에게 ‘주의’ 조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공관위는 당헌·당규상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그를 경선 후보 명단에 올려주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당 정체성 훼손”이라며 그의 경선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막무가내다. 심지어 경선하더라도 그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의 요구조차 철저하게 외면했다.


오죽하면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 참석은 의미 없다"라며 최고위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겠는가.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당 지도부 균열만 낸 게 아니다.


민주당을 떠나는 인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27일 "'이재명 일당'이 공천을 통해 당을 '이재명 사당'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다고 밝혔다.


김 전 시장은 "불출마도 생각했지만, 민주당을 지키고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그는 후보자 검증 단계에서 아주 황당한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영순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탈당한다.


박 의원은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10% 선정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30% 감점을 받은 채 경선에 나가는 것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 합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의 새로운미래 입당은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이 탈당해 ‘제3지대’로 당적을 바꾸는 첫 사례다.


이를 신호탄으로 이미 탈당을 예고한 설훈 의원과 공천 파동에 반발 중인 홍영표 의원 등의 연쇄 이동도 예상된다.


실제로 설훈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또는 새로운미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을 공개 언급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설훈 의원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지역의 사정이라든가 본인의 판단이라든가 이런 건 존중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와 함께할 거라고 기대한다"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서울 동작을 경선에서 배제된 이수진 의원이다. 이들 역시 국민의힘이나 새로운미래에 입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의원들의 숫자가 현재는 5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런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의 ‘마이웨이’는 계속됐다. 경선 여론조사업체 선정과 관련한 문제로 사임한 것으로 알려진 정필모 선거관리위원장 후임으로 친명계 박범계 의원을 임명한 것은 “누가 뭐라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라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비명계는 ‘헛된 기대’를 품에 안고 민주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그거야말로 정말 미련한 선택이다. 이재명 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을 탈당하고 ‘진짜 민주당’을 만드는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선택 아니겠는가. 이낙연 대표는 ‘새로운미래’라는 어정쩡한 당명을 버리고 ‘진짜 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꿔 ‘가짜 민주당’인 이재명 당과 제1야당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이는 방안도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미래’라는 무색무취의 당명으로는 지지율을 올릴 수가 없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