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黨心’이 두려운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13 11: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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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전대 룰에 당원투표 비중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당의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가관이다.


실제로 안철수 의원은 13일 전당대회 규칙에 당원투표 비중을 확대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날 부산에서 당원들과 만나 "1반 반장을 뽑는데 3반 아이들이 와서 촐싹거리고 방해하고 반원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오염시키면 되겠냐"고 했다. 현행 국민의힘 전당대회 규칙은 당원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비중으로 되어 있는데 당원투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는 당원도 있지만, 비당원도 있다. 두 쪽이 힘을 합쳐서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라며 "9대1 또는 10대0은 역선택 방지가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층을 배제하는 것이다. 1반 반장을 뽑는데 1반 아이들 중에 절반을 투표를 못 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당원투표 비중이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국민의힘 지지층’이라는 애매모호 한 표현으로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당의 주인은 당 대표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당비를 내면서 당을 지켜온 100만 책임당원들이 당의 주인이다.


납세의 의무가 있는 국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듯,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들에게 당직자 선출권을 부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100만 당원이면 그들의 소리가 곧 민심이다.


따라서 궤변으로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투표권을 축소하려는 안철수 의원은 당 대표를 할 자격이 없다. 9대 1이 아니라 99대 1이라도 안 된다. 이게 원칙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유승민 의원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오후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대해 “자기들 마음대로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룰을 바꾼다? 축구 한참 하다가 골대 옮기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에 대한 지지가 다른 당 지지자의 ‘역선택’이라는 지적에 발끈하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떨어진 사람이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별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자신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이 ‘배신자’로 낙인찍혀 당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경선에서 패배해 놓고 윤석열 대통령을 탓하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그리고 유승민의 지지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지지층의 역선택 결과라는 건 이미 데이터상으로도 증명되고 있는 상태다.


당대표를 포함해 국민의힘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민주당 지지자들의 개입으로 전당대회 결과가 왜곡되는 걸 방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역선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상의 방법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투표만으로 당직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론조사를 하면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느냐 마느냐 하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


당심을 두려워하는 당권 주자라면 차라리 불출마를 선언하는 게 맞다.


유승민 전 의원은 100% 당원투표로 선출하면 마치 가장 ‘꼴보수’ 당 대표가 될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그건 100만 당원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다. 100만 당원들은 ‘꼴 보수’ 당 대표를 원하지 않는다. 당원들은 현명하다. 누가 당 대표가 되어야 다음 총선에서 보수를 결집하고 중도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영남권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수도권에서 승리를 이끌 적임자인지 판단하고 투표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원들의 힘으로 보수 결집을 도모하지 못하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당 대표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다. 당심을 두려워하는 당 대표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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