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이준석-野는 이재명이 문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6-09 1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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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이준석 대표가 오는 24일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벌써 ‘당권 경쟁’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이재명 의원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민주당 내부사정부터 살펴보자.


한마디로 개판이다.


이재명 의원은 대선 패배의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패인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자숙할 때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9일 차기 당 대표 출마가 유력시되는 이재명 의원에게 "본인을 위해 8월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 것은 이런 연유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선에서 떨어지자마자 이러는 후보는 처음 봤다. 원내에 처음 들어온 만큼 당분간 길게 보고 조금 쉴 때라고 본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당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이 의원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 "당이 요청해서 출마했다"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것에 대해 "당이 원하기는 뭘 원했나. 세상이 다 아는 걸 가지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라"라고 일축했다.


당이 원해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따라 출마했다는 것이다.


그런 결정이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게 유인태 전 사무총장의 견해다. 일반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런 견해에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의 당권 장악 의지는 너무나 확고해 보인다.


친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 전당대회 룰 변경 문제를 들고나오는 게 그 반증이다.


전대 룰 변경은 당권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현재 민주당은 전당대회 경선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반영하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대의원 투표 비중을 낮추고 권리당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6개월 동안 당비 납부’를 권리당원 자격으로 규정해놨지만, 이를 3개월로 단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올해 대선 직후에 대거 유입된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친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의 출마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셈이다.


선거 패배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재명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거기에 ‘전대 룰’ 변경 문제까지 들고나오니 참으로 가관이다.


그러면 국민의힘은 어떤가.


당권을 지키려는 이준석 대표의 행태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30대 젊은 당 대표의 술수가 노회한 정치인들을 뺨칠 정도다.


당 윤리위는 지난 3일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걸 피하려고 이 대표는 뜬금없이 우크라이나행을 결정했고, 윤리위 회의는 그로 인해 24일로 연기됐다.


단순히 시간만 버는 게 아니라 그는 갑자기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를 띄워버렸다. 거기에 ‘이핵관’ 가운데 한사람인 천하람 당협위원장을 위원으로 슬쩍 밀어 넣기도 했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기 전에 차기 총선 공천 시스템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기 위한 것이란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어디 그뿐인가. 연일 정진석 의원을 때리는 것으로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한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친윤계가 자신을 쫓아내려 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술수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정 의원의 지적을 사실상 ‘개소리’ 취급한 데 이어 이날 새벽에도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또 정진석 의원을 때렸다. 의도적인 도발이다.


마치 자신을 향한 성 상납 의혹과 증거인멸 교사혐의가, 그로 인한 당 윤리위의 징계 절차 개시 결정이 친윤계 입김 탓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교묘한 전략이다.


민주당은 잇단 선거의 패배에도 자숙하기는커녕 당권 장악 의지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재명 의원이 문제이고, 국민의힘은 추악한 범죄 의혹에도 대표직을 움켜쥐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문제이다. 이들이 여야의 낯뜨거운 당권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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