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재검토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0-10 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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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침공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


과연 ‘우리나라는 안전한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데 이어 사우디와도 외교 관계 수립을 모색 중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를 계기로 만나면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인정하는 등 양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인정은 사우디 측이 이스라엘에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내세운 조건이었다.


그렇게 화약고인 중동에도 평화의 바람이 부는 듯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기습 도발, 무차별 살상으로 기댔던 중동평화의 꿈은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하마스는 무려 5000여 발의 포탄을 이스라엘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퍼부었다.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정부 공보실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800명 이상, 부상자는 260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약 150명의 민간인을 인질로 붙잡아 가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로켓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무력화된 탓이다.


이런 끔찍한 도발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첨단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평화 바람에 도취 되어 안일하게 생각하고 도발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하다면 그건 무용지물이다. 만일 이스라엘이 감시와 정찰을 위한 항공 비행을 띄웠더라면 도발징후를 사전에 감지했을 것이고 이런 인명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9.19 군사합의’로 인해 북한의 도발징후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19 군사합의가 군사분계선 기준 5㎞에서 포격 훈련은 물론 연대급 기동훈련을 전면 중단시키고 전투기·정찰기 비행도 군사분계선 서부 이남 20㎞까지 금지해 국군과 주한미군의 방위 태세 활동에 큰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 장사정포는 시간당 최대 1만6000여 발의 포탄을 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하마스와 같이 기습적으로 게릴라식 파상 공격을 하면, 최전방 지역은 물론 수도권도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도발징후를 먼저 감지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북한이 최우선 국방 과업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연거푸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한 상황이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끝내 성공할 경우,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른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9.19 군사협의’를 믿고 북한의 선의만 기대하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건 안될 말이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즉각 정지시키고,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는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경고하거니와 이스라엘이 중동평화 바람을 믿고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엄청난 피해를 보았듯, 우리도 남북평화를 기대하며 안일하게 대응했다가는 그와 같은 참상을 겪게 될 것이다.


북한이 선제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의를 기대하며 만든 9.19 합의서만 믿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핵 무력 전쟁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의에 기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이스라엘보다도 우리가 더 큰 위협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하마스의 무기는 북한군의 무기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침공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9·19 군사합의 전면 재검토는 그 시발점이다. 민주당의 반대로 당장 폐기하는 게 어렵다면 국무회의 의결로 가능한 효력 정지부터 즉각 시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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