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유안나’ 싫어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17 12: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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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유안나’라고 소개했다. ‘유안나’는 유승민·안철수·나경원을 가리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항간에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국민의힘 사람은 ‘유안나’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라며 “최근 당권 장악에 거침없이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유안나’, ‘유승민·안철수·나경원’을 향해 거센 드잡이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경제위기로 힘겹고 안보위기에 하루하루 불안하건만 윤 대통령은 그저 미운 3인방 솎아내느라 날 새는 줄 모른다”라고 공세를 취했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선 윤 대통령이 싫어하는 사람으로 ‘유안나’가 지목되고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대통령도 인간이기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런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되는 자리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누구를 싫어한다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국민도 바보가 아닌 이상 대통령의 심정을 생각하고 누구를 싫어할지 추론할 수는 있다.


일단 ‘배신자’로 낙인 찍힌 유승민 전 의원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 김무성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받아들이자고 했을 때 끝끝내 탄핵으로 쫓아내자고 한 사람이 유승민이다. 그로 인해 우파진영이 괴멸하면서 5년 동안 피눈물 나는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도 그는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천신만고 끝에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그는 ‘윤석열 때리기’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금 와서 또 그런 짓을 하려고 하느냐”라며 "내부 분탕질해서 제대로 착근하지도 못한 정권을 흔들려고 들면 안 된다. 탄핵 때 한 번 했으면 됐지 또 그 짓 하느냐“라고 언성을 높였겠는가.


장관급 자리를 두 개나 주었는데도 당권 욕심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서도 사람인지라 좋은 감정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에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을 맡겼다.


장관급 자리를 두 개나 맡았다는 건 누가 봐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고작 몇 개월 하려고 장관급 자리를 맡겠다고 나선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전당대회 룰이 바뀌고 자신이 지지율 1위로 올라서자 생각이 바뀌었다. 장관급 자리를 때려치우고 전대에 출마해 당권을 장악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그를 임명한 대통령은 얼마나 기가 막혔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더구나 그는 이준석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제2의 유승민’이 되겠다는 꿈을 꾸는 모양이다. 그의 출마를 부추긴 것도 이준석계 청년들이다. 그들은 공공연하게 ”유승민보다 나경원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크다“라고 말한다.


홍준표 시장이 나경원을 향해 "그렇게 처신하면 안 된다. 대통령 임기가 4년 더 남았는데 지금 대통령하고 손절하고 등 돌리고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라고 질타한 것은 이런 연유다.


그런데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목한 ‘유안나’ 가운데 안철수가 포함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안철수 의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의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바른미래당에서 손학규 당시 대표와 갈라서는 모습을 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당시 유승민 패거리들의 쿠데타에 대해 침묵하고 오히려 그들을 돕는 모습을 보면서도 참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안철수 의원에 대해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를 싫어하는 사람에 포함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대선에 도움이 되었든 아니든,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해서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에선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유나’에 굳이 ‘안’까지 포함해서 ‘유안나’라고 지칭한 것은 다분히 전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권 주자들을 윤석열 대통령과 분리해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라고 부추기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원들이 싫어하는 사람은 유승민과 나경원 두 사람으로 충분하다. 거기에 무리하게 안철수 의원까지 끼워 넣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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