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역시나 ‘독불장군’이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2-19 1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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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남의 말은 철저하게 무시하고 뭐든지 제멋대로만 행동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독불장군(獨不將軍)’이라고 일컫는다.


어원은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라는 의미로, 즉 혼자서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으니 협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천성적으로 그걸 못하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이다.


그의 적나라한 모습이 19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당의 모든 선거 홍보와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 위임하는 안건을 이낙연 공동대표 측이 반대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개혁신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위임안'을 의결했다.


한마디로 이준석 대표가 선거 캠페인과 선거 정책 결정권을 모두 거머쥐고 총선을 나 홀로 지휘하겠다는 것을 최고위원회가 의결한 셈이다.


물론 ‘공동정책위의장과 협의’라는 조항을 달았지만 그건 형식에 불과하다.


이런 일은 대한민국 민주 정당사에서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당의 선거운동 전체를 어떻게 특정 개인에게 모두 맡길 수 있겠는가. 이건 민주 정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어떤 민주 정당에서 당 지도부가 정책 검토도 안 해보고 개인에게 모든 것을 위임할 수 있겠는가.


정책의 기본방향이나 홍보 전략 등을 발표하기 전에 최고위원회의에서 먼저 검토해보고 결정하자는 이낙연 공동대표 측의 주장은 매우 합리적이다. 그게 민주 정당의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私黨)’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형식적으로는 최고위원회 검토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도 이재명 당 대표의 독선적 당 운영을 제어하기 어려운데 그런 과정마저 생략한다면 개혁신당은 그야말로 ‘이준석 당’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준석 측은 ‘총선 승리를 위해 선거 캠페인, 선거 정책 결정권의 신속성을 담보해야 한다’라며 막무가내다.


한마디로 속도를 내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건데, 그러다 전복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건가. 가속페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브레이크다. 그런데 이준석 공동대표는 브레이크 장치를 아예 떼어버리자니 이낙연 공동대표 측이 화들짝 놀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번 일로 개혁신당의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사실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준석 대표가 ‘독불장군’이라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가 머무는 당은 어느 당도 온전하지 못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부 총질을 일삼고, 그로 인해 그가 거쳐 간 당은 망하거나 큰 상처를 입어야 했다.


개혁신당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낙연이 공동대표라고는 하지만, ‘독불장군’인 이준석 대표가 그와 권한을 나눠 가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게 그의 정치 방식이다.


2월 9일 통합신당 합의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으로 정했다. 선거운동의 전권은 이낙연공동 대표에게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통합까지만이고, 실제로 통합이 되면 이준석 대표가 그런 전권을 이낙연 대표에게 넘겨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이낙연 대표에게 ‘이준석을 배제한 통합’을 권유한 것이다.


그런데 이낙연 대표는 이 같은 권고를 무시하고 이준석과의 통합을 선택하고 말았다.


과연 총선 이후에도 양측이 함께 갈 수 있을까?


생각이 다르고 정체성도, 가고자 하는 방향도 다른 세력이기에 총선 이후 깨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걸 양측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합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돈 때문일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생각이 전혀 같지 않았던 사람들이 위장 결혼하듯 창당한 다음 의원 숫자를 하루 전에 맞춰서 돈 받아가는 것은 분식회계로 보조금 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한 것은 그런 연유다.


그런 당이 어떻게 ‘개혁’이라는 단어를 당명에 붙일 수 있는지, 참으로 뻔뻔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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