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불패 꿈에서 깨어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6-03 12:06:1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이제는 의사들도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라는 의사 파업 불패 신화에서 깨어나야 한다.


의대 증원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국민은 10명 가운데 1명 정도에 불과하고 8명에서 9명가량은 집단행동을 멈추고 당장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3일 공개되기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5.6%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진료 거부, 집단 사직, 휴진 등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대답은 12.0%에 불과했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법원이 지난 16일 각하·기각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70.4%가 "잘한 판결"이라고 했다. "잘못된 판결"이라는 응답은 18.1%에 그쳤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 확정을 '한국 의료 사망선고'로 규정했으나 국민은 그런 의협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의사들은 이런 여론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은 의사단체들에 극도의 저항감과 피로감을 보이는데도 의사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똘똘’ 뭉치면 정부를 굴복시키고 국민 여론도 돌려놓을 수 있다는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를 열고, 집단휴진에 대한 전 회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의협 촛불 집회에서 임현택 회장이 ‘6월 큰 싸움’을 예고한 것은 아마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국민, 특히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볼모로 ‘의사 불패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극단 투쟁이 이미 등 돌린 국민의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의사들을 향한 국민의 반감만 더 커질 뿐이다.


지금 국민도 국회도 법원도 모두 의대 증원을 찬성하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건 의사와 그의 가족들뿐이다. 여기에서 싸움을 멈춰야 한다. 더 나아가면 ‘국민 대(對) 의사’의 대결로 굳어질 것이고, 의사들을 향한 국민의 존경심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무의미하다.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학생들은 강의실로 돌아가야 한다.


만일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계속 버티다가는 행정처분으로 의사면허가 정지되어 무직자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삶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은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러면 올해 의대에 진학하는 새내기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다.


국민과 싸운 대가는 그렇게 처절할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얻는 게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의사협회는 총파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총파업에 돌입하기 위해선 대의원 총회, 찬반 투표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의협은 이번 주에 온라인 투표를 하고 회원들의 단체행동 의사를 확인한 뒤 오는 9일 전국 대표자 회의를 열어 세부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래선 안 된다. 의사협회는 총파업 투표 방침을 철회하라.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의사단체들이 의대 증원과 관계없이 의료개혁을 위한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화를 거부하는 의사단체 입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고작 1명에 그쳤다.


이게 여론조사로 표출된 민심이다. 최근 촛불 집회에서 '한국 의료 사망'을 선고하면서 6월에 더 큰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의협의 태도는 이런 민심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국민과 괴리된 의사.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의사. 이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사협회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그들이 대화의 장에 나올 수 있도록 좀 더 포용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