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소신’이냐 ‘탐욕’이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7-27 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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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한다고 한다.


민주당 경찰장악 저지대책단장인 서영교 의원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진행자가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탄핵 이야기를 했다. 권 의원이 깃발 들고 나서면 민주당도 같이 가느냐”고 묻자 “권은희 의원이 제게 연락도 왔고 충분히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경찰 출신인 권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전체 국회의원에게 경찰국 신설의 문제점 및 국회 대응에 관해 친서를 보내 뜻을 전달했다”라며 “위헌·위법 권한을 행사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당 국회의원이 야당 의원들과 손잡고 장관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양당 합당을 발표하자마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어정쩡하게 검찰에 주어진 6대 범죄 수사권을 이번에 박탈해야 한다”라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힘을 실어준 일도 있다.


그게 국회의원 개인의 소신이라면 말릴 수 없다. 말려서도 안 된다. 그런데 ‘소신’이 아니라 ‘탐욕’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면 권 의원의 이런 돌출적인 행동은 ‘소신’일까, ‘탐욕’일까.


아무래도 ‘탐욕’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권은희는 대선과정에서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를 끝까지 막았고, 대선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본격 진행될 즈음에는 "기득권 양당으로 회귀하는 합당을 수용하기 어렵다"라며 제명을 요청했다.


실제로 권 의원은 당시 '국민의당 당원동지들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공동선언에 합당이 이미 포함된 사항이기 때문에 합당에 대해 지도부로서 다른 결정을 할 수 없다"라면서 "그러나 당의 입장과 별개로 저는 기득권 양당으로 회귀하는 합당을 수용하기 어렵다. 의원회의에서 제명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이 되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탈당하면 그만이다.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다. 그게 소신이라면 탈당계를 내면 된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실 그에게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아준 지역구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였다. 그가 돌아갈 지역구가 민주당 텃밭에 있으니 국민의힘을 떠나 민주당에 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다. 그냥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복당 신청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왜 복잡하게 국민의힘에 제명해 달라고 요청한 것일까?


금배지를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욕심 탓이다.


권 의원은 지역구 의원이 아니라 비례대표다. 비례대표는 후보 개인을 보고 찍는 게 아니라 당을 보고 찍는 것이어서 탈당하면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제명을 당해야 한다. 결국, 금배지를 향한 욕심 탓에 ‘탈당’을 안 하고 버티면서 ‘제명’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어서 민주당을 향한 그의 애정 행위를 ‘소신’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이 권은희 의원을 향해 “민주당 소속으로 봐도 되지 않겠냐”고 강하게 비판했겠는가.


실제로 성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권 의원을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보는 거냐’고 하자 “그렇게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권은희 의원은 합당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하고 합당을 주장했던 사람”이라며 “형식상이야 우리 당 소속으로 되어 있지만, 과연 우리 당의 의원으로서 또 당원으로서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라고 쏘아붙였다.


사실 그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김용판 의원(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민주당에 들어가 금배지까지 달았으나, 재판에서 김용판 의원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따라서 당시 폭로 역시 금배지를 향한 한 경찰 개인의 야욕이 초래한 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저런 정황들을 들여다보면 권은희 의원의 행보는 ‘소신’이라기보다 ‘탐욕’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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