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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1월 '명품백 수수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국민 사과 의향을 담은 1대1 문자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보냈지만 무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로 인해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다.
이 같은 폭로가 사실이라면 한동훈 후보는 총선 당시 모든 여당 후보들이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김건희 여사의 사과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나경원 후보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설프게 공식-비공식 따지다 우리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가 그토록 바랐던 김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고 한 후보를 향해 비판 것은 이런 연유다.
그러나 이 같은 내밀한 문자가 공개된 것은 여권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되레 야당에 ‘김건희 특검법’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실제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슈인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고 통과시켜, 그의 휴대폰을 압수수색 해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상병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에 이어서 또 하나의 김건희 특검 카드를 흔들고 나선 것이다.
대체 누가 이런 문자를 폭로한 것인가.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원희룡 후보와 그를 따르는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제기했을 것으로 보았다.
진 교수는 이날 '원희룡의 거짓말'이라는 제하(題下)의 글을 통해 "지난번엔 대통령실, 이번엔 아예 여사가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문자의 내용에 관해서는 한동훈 후보 측의 해명이 맞다. 이건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이다. 원희룡과 그 배후가 당시의 상황과 문자의 내용을 교묘히 왜곡해 거짓말하는 것이다. 원래 정보경찰질 하던 놈은 그렇다 쳐도 원희룡 후보는 이번에 인간성의 바닥을 드러냈다"라고 이철규 의원과 원희룡 후보를 공개 저격했다.
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 사과의 기회를 날려버린 한동훈 후보보다도 이를 공개한 원희룡 후보의 잘못이 더 크다.
나경원 후보가 사실상 원희룡 후보를 겨냥해 "이 와중에 지긋지긋한 줄 세우기나 하면서 오히려 역풍이나 불게 만드는 무모한 아바타"라고 지적한 것은 그런 이유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당권을 대권의 디딤돌로 여기는 주자들이 전대에 뛰어든 탓이다.
그들은 2026년 6월 지방선거 승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번에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당권-대권 분리규정에 따라 어차피 내년 9월에는 대표직을 중도 사퇴하고 대선 준비에 나설 사람들이다.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 주변 사람들 역시 그런 생각으로 캠프에 합류하고 있다. 단순히 당권을 넘어 대권까지 넘보는 사람들이 양 진영에 모여 있다 보니 양측이 죽기 살기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이번 김건희 여사의 문자 ‘읽씹’ 파문은 그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추태는 반복될 것이고, 그로 인해 여당의 앞길은 어둠이 짙게 깔릴 것이다.
당원들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훌륭한 당 대표를 선출하면, 그의 진두지휘 아래 2026년 6월 지방선거가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대권 욕심에 당의 운명이 걸린 지방선거는 ‘나 몰라’라 하고 중도에 대표직을 사퇴한다면 그건 당원들의 기대를 배신하는 행위 아니겠는가.
이건 옳은 길이 아니다.
그 옳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이번에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폭로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문자를 외면한 후보도 잘못이고, 이를 폭로한 후보도 그 의도가 사악하다는 점에서 당원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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