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물귀신 작전’ 통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05 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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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강한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김건희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수차례 특검법 추진 의지를 피력했지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김 여사 의혹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는 뭐가 뭔지도 모를 정도로 제기되는 의혹이 많은 것 같다”라며 “김 여사 관련한 의혹을 특검으로 털어야 한다.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나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쌍특검’ 하자는 것으로 이는 누가 보아도 명백한 ‘물귀신 작전’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지난달 19일 이 대표 측에 서면질의서를 보내며 일주일 내로 회신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고 대신 ‘쌍특검’을 들고나온 것이다.


검찰의 서면질의에 응하지 않은 이 대표가 소환조사마저 거부하겠다는 뜻을 ‘쌍특검’으로 대신한 셈이다.


그것도 5일 민주당 의총에서 당론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억울하면 본인이 검찰 소환조사에 응해 당당하게 해명하는 될 일을 소환조사 거부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물귀신처럼 ‘쌍특검’을 들고나온 것을 보면 이재명 대표도 ‘위기’라는 걸 직감한 모양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통보와 관련해 “없는 죄도 만드는 짜맞추기식 수사, 나올 때까지 탈탈 터는 먼지털이식 수사로 사법 살인을 자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이유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소환통보를 “제1야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면전 선포”라고 규정, 당 차원의 대응 기구를 구성해 대응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확정받으면 중앙선관위로부터 보전받은 선거 비용을 후보 추천 정당이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선거법 조항(265조의2)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사력을 다해 ‘이재명 구하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와 민주당이 중앙선관위로부터 보전·반환받은 비용은 434억원 가량이다.

 

만약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이 돈을 전액 되돌려줘야 한다.

 

이는 3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민주당 여의도 당사를 팔아도 못 채우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당장 천막당사를 운영해야 하는 딱한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다. 만일 민주당이 제대로 돈을 못 내면 매 분기 나오는 선관위의 경상보조금이나 2024년 총선 때 선거지원금이 차압당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 본인은 5년간 공직선거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 만큼 차기 대선 출마를 할 수 없게 되어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고, 당은 당대로 몰락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걸 저지하기 위해 지나가던 소가 웃을 ‘김건희 특검’을 들고나온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사정이 딱하기 그지없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방탄용’이라는 야당 대표 자리로도 모자라 아예 당을 ‘방탄용 정당’으로 만드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민주당 구성원들은 당 대표 한 사람을 위해 당 전체가 ‘이재명 구하기’에 나선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판단하고 냉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김승원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유죄가 나올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이 대표는 검찰 소환조사에 불응할 게 아니라 당당히 검찰에 나가 진실을 규명하면 된다. 물귀신처럼 아무 상관도 없는 ‘김건희 특검’을 들고나올 일도 아니다. 스스로 “나를 특검하라”고 나서면 될 일이다.


특히 제1야당을 ‘이재명 지키기’의 도구로 사용해선 더더욱 안 된다.


경고하거니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당헌 개정 등을 거치며 쌓인 ‘방탄용’ 이미지가 더 굳어지면 이재명 대표 본인은 물론 당도 구제 불능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정말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면 이재명 대표가 기소된 여러 사건과 분리해 추진하면 될 일이다. ‘쌍특검’이라는 설득력 없는 물귀신 작전은 자신과 당의 입지만 더욱 위축시키는 패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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