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말고 ‘투표’로 심판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1-03 12: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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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새해 벽두에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흉기 피습 사건으로 정치권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10시27분 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성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경정맥손상’으로 대량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헬기로 서울대병원에 이송되어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끔직한 상황이었다.


이런 정치테러 사건은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테러행위를 자행한 범죄자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피의자가 “이재명을 죽이려 했다”라고 실토한 만큼, 이는 명백한 살인 의도를 지닌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중형이 불가피하다.


피의자가 ‘민주당 당원’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민주당 내 친명(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3일 오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내 특정 세력과 연관해서 해석하면 안 된다"고 했다.


맞다. 민주당 당원이라도 그런 테러를 자행한 개인적인 계기가 있을 수도 있다. 설사 그가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특히 일부 극성 유튜버들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은 경계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상처에 비해 다소 과장된 액션들이 있다고 해서 그걸 자작극으로 몰아가는 건 문제가 있다. 이런 음모론자들은 좌파든 우파든 멀리해야 한다. 그동안 김어준 같은 좌파 음모론자들을 향해 조롱하며 손가락질하던 우파가 그런 음모론을 따라 하고 특히 그걸 돈벌이수단으로 삼는 유튜버들은 경멸의 대상이다.


그들의 영향을 받은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 댓글에 “자작극 아니냐”라는 도 넘는 비난을 이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선 ‘이 대표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자작극을 편 것’이란 주장부터 ‘지지율 떨어지니 사이코패스답게 또 쇼하는구나’라는 비난 댓글 등이 이어졌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처럼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이 대표를 깎아내리는 이런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건 좌파든 우파든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그러니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에 그의 집 앞에 이른 새벽 흉기를 두고 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그러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 불리는 ‘개딸’들 사이에서는 “전용 카드가 있어야 엘리베이터 타는 주상복합에, 무슨 괴한 침입?” “자작극의 냄새가 난다”라며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을 펼쳤다.


하지만 폐쇄회로(CC) TV에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이 찍혔고, 결국 그는 강동구에서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직접 정치인들을 만나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방법도 있다. 언론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좋다. 다만 자신의 의견을 ‘정치인 테러’라는 극단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진영에 따라 그런 자들을 영웅시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는 데 이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테러범은 그냥 멍청한 테러범일 뿐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정치 잘못으로 떠넘기려 하거나 사회에 대한 불만을 잔인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어리석은 범죄자일 뿐이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그런 식으로 정치인을 심판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을 심판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 바로 ‘흉기’가 아니라 ‘투표’로 그들을 징계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흉기’가 아니다. 유권자들의 ‘투표’다. 그 한 표가 그들의 정치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 정치테러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쪼록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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