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힘은 애초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을 우려했으나 지금은 되레 반기는 모습이다.
이준석 전 대표 등이 주도하는 제3지대 신당이 생각처럼 파괴력이 있지도 않고 특히 내년 총선에서 여권보다 야권에 더 불리하게 작용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준석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고 호들갑 떨던 언론들도 요즘은 잠잠하다. 이준석 신당 작업이 여의치 않고, 설사 창당이 되더라도 파괴력이 미미하다는 걸 뒤늦게 인지한 까닭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오는 27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으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최근엔 "27일은 (한다면 창당이 아닌) 탈당 선언"이라며 '27일 창당' 계획을 사실상 뒤로 미루고 말았다.
신당 창당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 연락망 구성에 나서는 등 사전작업에도 나섰고, 지난 4일부터는 온라인을 통해 총선 출마 희망자도 모집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정치인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선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천아용인'(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허은아 의원·김용태 전 최고위원·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 중에서도 이기인 의원 정도만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국민의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반면 최근 급부상하는 신당은 ‘이낙연 신당’이다.
민주당 공천 국면에서 비명계가 대거 낙마하게 되면 이낙연 신당이 파급력을 가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실체가 불분명한 이준석 신당보다 이낙연 신당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가시화하자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도 ‘세 과시’에 나섰다.
이원욱, 김종민·조응천, 윤영찬 의원 등 4명이 출범한 ‘원칙과 상식’은 10일 국회에서 주최 측 추산 약 1500명의 지지자와 함께 ‘국민과 함께 토크쇼’를 열었다.
김종민 의원은 토크쇼에서 한 당원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묻자 “내년엔 우리 ‘총선’이라는 경기장에 입장해야 한다”라며 “그 전까지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보고 그때도 안 되면 우리 길을 가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변함없이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윤영찬 의원도 “12월까진 민주당을 지키는 시간”이라면서도 “그 이후에 (지지자와 우리들의) 마음이 이어져서 만나는 순간이 생긴다면 뭔가 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심지어 이원욱 의원은 ‘당에서 공천을 보장해 준다면 지금처럼 혁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며 “아까 한 참가자분이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너(이 대표)다’라고 했다. 저는 너(이 대표) 밑에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다”라고도 했다.
제3지대 신당은 이준석 전 대표가 아니라 민주당 비명계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들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존재감 없는 ‘나 홀로 신당’을 포기하고 비명계 신당에 흡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문제의식과 충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라며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밝히자, 이준석 전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서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화답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른바 ‘낙준 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렇게 되면 그 신당은 사실상 비명계 주도의 정당으로 내년 총선에서 여당표보다는 민주당 표를 더 많이 흡수하게 될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여당 후보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심 ‘낙준 신당’을 반기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여당은 당을 떠나겠다고 엄포를 놓는 이준석을 붙잡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내심 당 잔류를 희망하며 당에서 자신을 붙잡아 주기를 기대하던 이준석 대표는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