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주도 ‘입틀막법' 국회 통과에 친여성향 기관들까지 “부적절” 반발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12-28 12: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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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한 목소리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 대통령실은 ‘뒷짐만’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입틀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현재 진보 정당은 물론 친여 단체들까지 “취지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대통령실은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보수ㆍ진보 정당과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에서는 ‘공공의 이익 침해’, ‘허위’, ‘조작’ 등의 개념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권력 비판 보도나 공익적 문제 제기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인, 고위공무원, 대기업 등 권력자들이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진보 진영에서조차 ‘악법’,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ㆍ조작된 정보’의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해 선택적 적용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권력자에게 불리한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법안이 아니라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 앵커 출신 박용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단순한 언론 통제가 아니라 ‘장기 집권’을 위한 무도한 사전 포석”이라며 “‘100년 집권’이란 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을 장악한 데 이어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을 바꿔 ‘신문’과 ‘유튜브’까지 손아귀에 넣으려는 무도한 행각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히틀러를 비롯한 역대급 독재자들은 예외 없이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린 전철을 이재명 정권도 밟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권의 명을 재촉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제 마지막 남아 있는 기회는 (대통령의)거부권 행사”라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이재명 정권은 즉시 레임덕에 들어가는 불행에 봉착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도 “가짜 뉴스 규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진실을 말할 자유’와 ‘권력 감시’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소홀히 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법사위 단계에서 ‘단순 허위 정보 유통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가 본회의 직전 삭제되는 과정에서 자행된 ‘사전 논의 부족과 졸속 처리’를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은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와 속도를 맞춰 정보통신망법 개정도 재추진하겠다”며 “저 역시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진보성향인 참여연대도 “수차례 수정된 졸속 입법임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며 반발하며 가세했다.


특히 ▲허위ㆍ조작 정보를 불법 정보로 추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공공의 이익 침해’라는 추상적 개념을 근거로 유통을 금지하며 ▲플랫폼 기업에 광범위한 삭제ㆍ계정 차단 권한을 부여해 사적 검열 위험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보도까지 규제대상으로 포함한 데 대해 “권력 비리 보도, 내부고발, 미투 보도 등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위헌적 법률안 시행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관계단체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 훼손과 권력 감시 위축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허위ㆍ조작 정보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제도는 권력자들의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익 보도와 탐사보도가 구조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기자협회는 별도 논평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원 댓글 조작, 대기업 노동환경 문제 보도 역시 초기에는 ‘가짜뉴스’로 몰렸지만 결국 진실로 드러났다”며 “국가가 진실과 거짓의 기준을 독점하는 순간 언론 자유는 형식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국회 법사위 검토 과정에서 ▲손해액의 최대 5배 징벌적 배상과 ▲10억원 이하 과징금이 중복 부과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표현의 자유 침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6일 야권과 시민단체의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구에 대한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입법 과정에서 국회 논의를 존중하고 지켜본다”며 “국회에서 진행된 과정 자체를 존중한다”고 밝혀 관련 요구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의 ‘언론 입틀막’ 반발에 대해 “국민의힘은 거액의 소송장으로 ‘언론사 문 닫게 하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며 “언론을 유린해 온 당사자들이 자유를 운운하는 적반하장에 국민은 신물이 난다”고 비판했다.


한편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안’은 30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정보통신망법이 규율해온 ‘불법 정보’ 범위를 넘어, ‘허위조작정보’의 유통 자체를 금지한 것으로 타인의 인격권ㆍ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 중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언론사나 유튜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주체가 이를 고의로 유통해 피해를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부과할 수 있고 악의적ㆍ반복적 유포로 판단되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도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에 대해 보수ㆍ진보 정당과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에서는 규제 기준이 추상적이라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의 이익 침해’, ‘허위’, ‘조작’ 등의 개념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권력 비판 보도나 공익적 문제 제기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치인, 고위공무원, 대기업 등 권력자들이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해당 법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정되며 졸속 논란을 낳기도 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한때 ‘손해를 가할 의도’와 ‘부당한 이익 목적’ 등 고의성 요건이 삭제됐다가 위헌 논란이 커지자 다시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폐지 검토를 지시했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최종안에 그대로 남았고, 허위사실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도 반영되지 않았다.


과방위 안과 법사위 안이 오락가락하면서 “강성 지지층 여론에 휘둘린 입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통과 이후 수많은 비판에도 이 대통령이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논란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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