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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려면 1년 6개월 전에 당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려면 임기 절반가량을 남기고 도중에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임기도 채우지 못할 것을 알면서 대권 욕심에 당권을 탐했다는 비판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가 전대에 출마한다는 것은 차기 대권을 포기하고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당 대표를 맡겠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위원장이 아니더라도 대권 주자가 넘쳐나고 있으니 그렇게 해도 된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 대표로서 당의 지지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고, 그 당을 등에 업고 다른 유능한 대권 주자가 대선에 나선다면 얼마든지 재집권도 가능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의 '1년 전 사퇴'에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2026년 3월에는 당직을 포기해야 하지만, 개정되면 이 대표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당 대표직을 유지한 채 공천권을 행사하고, 곧장 대선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오직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민주당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민주’ 정당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당 대표를 총재라 부르던 제왕적 총재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실제로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사실상 당 대표가 지명했다는 점에서 총재 시절의 ‘원내총무’로 격하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이외에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건 그런 연유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간혹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그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 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안철수 의원 등 쟁쟁한 인물들이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특히 민주당의 문제는 과연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만일 그가 대권 주자로 나설 수 없다면, 민주당은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 정당’이 되거나, 급하게 다른 인물을 대안으로 내세우더라도 그때는 이미 늦었다. 사실상 정권교체를 포기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 연루혐의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중형이 선고되면서 이재명 대표에게도 그 불똥이 튀고 말았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제3자 뇌물수수),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제 이 대표는 7개의 사건, 11개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딱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의혹 등 3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는 수원지법의 대북송금 재판이 시작되면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4개의 재판에 출석해야만 한다.
아무리 이재명 대표가 ‘조작’이니 뭐니 하며 반발하면서 ‘판사 탄핵’을 운운하더라도 이 많은 범죄 혐의를 모두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대표가 구속되거나, 설사 원내 1당 대표라는 위상을 고려해 구속은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아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면 민주당은 어찌할 것인가.
그때 가서 대국민 사과하고 부랴부랴 급조해 다른 대선 후보를 낸다?
경고하거니와 그건 차라리 대선 후보를 내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 대가는 아주 혹독하고도 참혹할 것이다. 민주당에 깨어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당장 이재명의 대안을 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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