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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시기를 사실상 12월로 못 박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인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5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만약 제가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다양한 분의 의견을 골고루 담을 것”이라며 “민주당 내 비명계를 포함해 진보정당 계열 인사와도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일까?
이준석 전 대표가 비록 허언(虛言)을 많이 하지만, ‘비명계 접촉’ 발언은 전혀 근거 없는 헛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그와 접촉 사실을 인정하는 비명계 의원들이 있다. 비명계 현역 의원 40%는 공천을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계 은퇴 대신 신당 쪽을 선택할 것이란다.
다만 그들도 ‘이준석 신당’에 대해선 반대다.
비명계는 현역 의원들이고, 총선에서 경쟁력이 있어 지역구 선거에 나가서 당선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인 만큼 이준석이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플러스 알파’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 연합을 추진하는 류호정 의원도 “추후 이준석 전 대표와 제3지대를 주제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준석+비명계+류호정 등이 함께하는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빅뱅급'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민주당에 환멸을 느끼는 무당층 비율이 30%대에 달하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신당의 정체성을 두고 이준석과 비명계+정의당 신당추진 세력 간에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준석은 ‘개혁 보수’를 내세우고 있으나 비명계는 ‘건전한 진보’를 말한다.
결국 ‘보수’와 ‘진보’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셈이다. 양측이 같은 지향점을 두고 연합을 구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진보’나 ‘보수’를 앞세우지 않고 ‘상식’이나 ‘민생’ 등을 내세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겠지만, 그게 양당제에 익숙한 유권자들에게 통할지 의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은 진영 대결이 최고점에 이르는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무당층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국민의힘 아니면 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준석+비명계 신당도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운 좋게 20석~30석에 달하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그런 정당이 오래갈 리 만무하다.
과거 ‘개혁보수’라고 주장하는 유승민의 바른정당과 ‘건전한 진보’를 주장하는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창당 이후 한시도 잠잠한 날이 없었다. 결국, 바른미래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잔혹한 역사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이준석+비명계 신당’은 여당보다는 야당 표를 더 많이 잠식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특히 선거 구도는 여야 일대일 구도로 진행되는 것보다도 ‘1여 대 다야’ 구도로 진행되는 게 여당에는 훨씬 더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이준석의 탈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의도와 달리 되레 여권을 도와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준석의 의도와는 다른 총선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거 국내 정치권에서는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거의 매번 “양당 구도를 깨고 정치변화를 선도하겠다”라는 제3지대 신당론이 분출했었지만, 대부분의 신당은 흔적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준석+비명계 신당도 예외일 수 없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친윤석열계 핵심과 지도부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라는 혁신안을 꺼내 들며 손을 내밀었지만 이조차 예의 없이 밀어낸 이준석.
어쩌면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지도 모른다. 집 밖에 나가면 배고프고 추운 법이다.
집 안에서 응석받이 노릇 할 때가 좋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때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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