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23 12: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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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문제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여사 스토킹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논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23일 “우리는 정작 필요한 문제들에는 손도 못 대보고 쓰잘데기 없는 문제를 놓고 싸우면서 날밤을 새우게 된다. 이게 정치의 실패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윤석열 정부를 나무라는 글을 올렸다.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풀고 있는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법의 영역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내는 게 중요하다. 피고인이 과연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어떤 문제를 푸는 데 쓰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정작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사소한 문제의 해답을 푸는 데 골몰한다면 설사 정답을 찾아낸다 한들 정치의 실패”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바로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고르고 사람들의 관심을 그쪽으로 유도하는 것은 집권세력의 임무다. 집권한다는 것은 그런 의제설정을 할 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면서 “앞으로 며칠간 우리는 △기자가 도어스테핑 장소에서 쓰레빠를 신고 팔짱을 끼는 것이 적절한가, 부적절한가,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사용했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풀게 될 것이다. 설사 정답을 낸다고 한들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들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다르리라는 기대로 탄생한 윤석열 정부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예를 들면 비속어 논란)에 목숨을 건다. 문제를 잘못 고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하나도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필자는 금태섭 전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단 ‘도어스테핑’ 중단 문제는 언론과 관련된 문제여서 언론인으로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어려운 탓에 논외로 하고 장경태 의원의 ‘김건희 여사 스토킹 문제’를 논의해 보자.


금태섭 전 의원은 이 문제를 ‘쓰잘데기 없는 문제’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장경태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빈곤 포르노’라고 한 것과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심장질환 환아를 만났을 당시 조명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은 한국 남성들이 지닌 굉장히 부정적인 '여성 혐오'에 편승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지지세력을 끌어모으기 위해 ‘여성 혐오’를 이용했던 것처럼, 장경태 의원 역시 ‘여성 혐오’를 부추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이 정말 ‘쓰잘데기 없는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영부인 역할을 수행한 김건희 여사의 행보에 ‘여성 혐오’ 사상을 끼워 넣은 장경태 의원의 잘못을 먼저 지적했어야 옳았다.


민주당은 지금 여성 혐오를 조장하고,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김건희 여사에게 씌워 그 여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치는 것을 가장 주요한 전략으로 추구하고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를 부추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이준석과 장경태 같은 부류는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실이 이미 수차례 사과를 요구했으나 사과는커녕 더 발작적으로 허위사실을 확대 생산하고 있는 장경태 의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건 중요한 의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이 장 의원을 고발한 결정은 잘 한 것이다.


물론 금태섭 전 의원의 지적처럼 필자 역시 윤석열정부가 기왕이면 거대담론을 의제로 제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테면 ‘세대 간 폭탄 돌리기’가 되어 버린 국민연금 개혁방안이라든가, 수익을 내기는커녕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만 축내는 공공기관 개혁 등 국민의 매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의제에 대해 윤석열정부가 주도권을 담론을 이끌어 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 혐오’ 등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 대해 혐오를 부추기며 정치에 이용하는 문제를 근절하는 것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금태섭 전 의원의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기왕이면 금태섭 전 의원이 혐오 정치를 정치권에서 추방하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이를 의제로 공론의 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논의를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점에서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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