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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윤석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청년 당원 이탈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연일 부각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하이에나, 거간꾼, 파리떼’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연이틀 비난을 이어갔다.
우선 당원 숫자 증감 논란부터 살펴보자.
윤석열 당선 이후 당원 일부가 불만을 품고 탈당하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에 탈당 인증샷을 남긴 당원들도 있었다.
그러자 김재원 최고위원이 이를 진화하기 위해 한 방송에서 "탈당 숫자가 40여 명에 불과하다"라며 “청년층 탈당 러시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기호 사무총장이 토요일 오전에 그런 보고를 했고, 그 자리에는 이준석 대표도 있었다. 문제는 그 보고가 정확하지 않은 초기 자료에 근거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러자 이 대표가 "무슨 소리냐, 수도권에서만 1800여 명이 탈당했는데 왜 숫자를 축소하느냐"라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수도권에서 선거인단에서만 1800명이 넘는 탈당이 있었고 탈당자 중 2030비율은 75%가 넘는다”라면서 “심기경호하는 것도 아니고 왜 방송 나가서 내용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김재원을 겨냥해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애당초 정확한 숫자를 공유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이준석 대표는 탈당자 수와 입당자 수를 정확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탈당 숫자만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입당 관련해선 왜 ‘쉬쉬’하고 언급하지 않은 걸까?
알고 보니 탈당자 숫자 못지않게 새로운 입당자들이 있었다.
실제로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전체 탈당하신 분이 약 3000명 정도 되고 입당하신 분은 7000명 정도라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2030세대에 대해선 “2100명 탈당하고 1700명 정도 입당했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2030세대가 400명 정도 줄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탈당자보다 입당자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후보 당선 이후 당원 숫자가 감소했다는 점만 부각하는 이준석 대표의 저의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이를 근거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몇 차례나 했다. 그리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 선결 조건으로 ‘전권’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무슨 직책을 맡기 전에 항상 ‘전권’을 요구해 왔던 터라 이 대표의 말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의 비서실장인 권성동 의원의 말은 다르다.
지난 8일 김종인 전 위원장과 오찬을 하며 선대위 구성 방향을 논의했는데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준석 대표가 전권을 요구한 적도 없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이름을 팔아 마치 그가 전권을 요구한 것처럼 하고, 그에게 전권을 주기 위해 탈당 숫자를 의도적으로 부각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갖는 게 이준석 대표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이토록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일단 당무 우선권이 대선 후보에게 넘어가는 걸 저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상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당 대표 권한은 모두 후보에게 넘어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자리할 공간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그런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겨주면 당헌-당규가 무력화하는 것이어서 대표의 권한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 어차피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어서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 공로가 고스란히 김종인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러면 대선 이후 곧바로 진행되는 6월 지방선거에서 김종인 ‘전권 선대위원장’ 체제를 유지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다. 그게 서울시장 출마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이 대표가 서울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서울시장 출마를 의식한 때문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 의도라면, 그건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인 시의회의 강력한 저항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다. 더구나 윤석열 후보를 통해 압도적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야욕 때문에 탈당 숫자만 부각하는 등 마치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하는 건 옳지 않다. 그건 심각한 해당 행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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