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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류호정 의원이 15일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정의당에선 박원석 전 의원이 탈당 후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 '미래대연합'에 합류한 바 있다. 고작 6명의 의원을 거느린 정의당에서 전·현직 의원의 이탈은 거대 양당의 대규모 탈당 행렬보다 더 충격이 크다.
그런데 이런 정의당의 탈당 행렬은 이게 끝이 아닐 게다.
대체 류호정 의원은 왜 금배지를 내려놓아야 하는 탈당을 선택한 것일까?
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것이 정의당 탈당의 이유라는 거다.
정의당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현직 의원이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한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류 의원은 정의당이 전날 당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승인한 것을 그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연합정당이라는 교묘한 수사와 민주당 느낌을 최대한 빼는 수작’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정의당이 조만간 조국 신당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막후에는 심상정 의원이 있다고 했다.
류 의원은 “막후의 심상정 의원은 마지막까지 당원과 시민을 속일 테지만 실제로 지도부 내에서 논의되고 있고 비대위원장의 인터뷰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 분명한 흐름”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최근 선거연합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열어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흐름이 사실이라면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간다’라는 류 의원의 지적이 과한 것은 아니다.
류 의원은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의당이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정당으로 몰락해 가는 걸 참을 수가 없다"라고 했다.
정의당의 몰락은 ‘조국 사태’와 ‘박원순 성추행’ 사건 당시 민주당과 같은 선택을 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그로 인해 ‘민주당 2중대’로 낙인찍혔고 정의당은 정치권에서 그 존재감을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같은 길을 간다면 정의당의 몰락은 더욱 가속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설사 민주당이 비례용 위성 정당을 만든다고 해도 정의당 몫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미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하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2중대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3소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준)이 모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가 이날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결성을 제안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비례용 위성 정당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그동안 병립형 회기에 힘을 실었던 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하는 기류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자 범야권 비례대표 단일화를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서 “우리 당과 관련된 용혜인 기본소득당은 물론이고 다른 쪽에서 민주당과 연합하자는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서 부인하지는 않겠다”라면서 “당 차원에서 어떤 공식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 세력들과 어떠한 형태든 ‘연합 비례 정당’을 만들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마디로 그런 꼼수로 위성 정당을 만들겠다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정의당은 이들과 ‘민주당 2중대’가 되기 위한 충성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때 유일한 진보정당이라는 자부심은 모두 내팽개쳐야 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꼴불견이겠는가.
이건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어온 결과이니 누구를 탓하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의당이 살길은 ‘민주당 2중대의 길’이 아니라 ‘정의당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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