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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방 공공병원 폐쇄 등 수없이 많은 의료위기를 겪고 있다. 1998년을 끝으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한 탓이다.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가로막혔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인 근거도 사회적 지지도 없는 의사단체의 불법 집단행동이 이제는 고질병이 된 듯하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아니다. 지난해 1월부터 정부와 의사단체의 의료현안협의체는 무려 30여 차례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회의 때마다 “단 한 명의 의사 증원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그릇되고 오만한 인식이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 의사단체들의 불법적인 단체 행동 역시 그런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의사들은 매번 환자 생명을 담보로 정치흥정에 나섰고 항상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을 대리해 부여한 진료독점권을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자가 과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정쟁화하여 의사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야당이다.
지금 정부가 2000명 증원 방침을 정한 것은 주먹구구식으로 나온 수치가 아닐 게다.
전문국책기관의 수요 추계 결과이며 의대 수요 조사 결과를 고려한 수치일 게다.
그런데 의료계에선 증원 규모를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식으로 던지고 있다.
물론 그 규모가 합리적이면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어느 단체도 그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난스럽게 정부안보다 대폭 축소된 400~500명 증원을 주장하고 나섰다. 마찬가지로 그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대충 그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의사가 늘어나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을 짓밟을 수 없으니 의사들 집단행동에 편승해 그들의 표라도 얻어보려는 얄팍한 술수가 읽힌다.
야당 대표가 국민이 아니라 의사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래선 안 된다. 의사는 그동안은 환자를 볼모로 한 싸움에서 항상 정부를 이겨왔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도 의사 400명을 증원하려고 했으나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굴복해 백지화한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고 일을 벌인 것이라면 오산이다. 국민도 지쳤다.
이제는 의사 중심의 의료정책을 국민 중심으로 전환하는 개혁이 절실하다.
다만 지금의 의료대란 상황이 심각한 만큼 윤석열 정부도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1일 정부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해 "국민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한 것은 잘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 형태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 규모와 관련,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고,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이라면서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라고 전향 적 자세를 보였다.
그동안 연간 2000명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불변’ 입장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의료계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대응 방침을 시사한 셈이다.
다만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도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면서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이쯤에서 의사단체들도 한발 물러나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을 염려하는 의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일단 대화의 장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은 죽어가는 사람들부터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정부의 역할이고 의사의 사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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