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이재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7-22 1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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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사퇴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이후 56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줄곧 완주 의사를 밝혔던 바이든은 왜 자진해서 물러났을까?


대선 TV토론 참패로 건강 상태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 내 압박과 후원자 이탈 및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 한 탓이다.


그가 사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은 이날 X에 올린 편지에서 “재선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대선후보에서 하차한다”라며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가장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공식 출사표를 던진 지 1년 3개월 만에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인데, 아마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는 2016년에 대선에 도전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백악관에 입성해 8년간 부통령으로 지냈건만 2016년 대선 출마는 포기했다. 2015년 정치적 후계자로 꼽히던 장남 보가 46세에 뇌종양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아들을 잃은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피하고 싶어 출마 선언조차 하지 않았다.


4년 뒤 바이든은 2020년 대선에 출마했다. ‘분열의 정치’를 구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맞서 민주당 집권의 길을 열어줄 ‘전환기’ ‘가교(bridge)’ 대통령 역할을 자처했다. 그리고 그는 트럼프를 꺾었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의 4년간의 혼란, 거짓, 분열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그리고 이번에 재선에 도전하려고 했으나, 뜻을 접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을 부통령으로 발탁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애국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바이든의 재선 도전 공식 포기 발표 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그가 평생 싸워온 모든 것과 민주당의 모든 것이 어떻게 위험에 처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며 “바이든이 정치 지형을 보고 새로운 후보자에게 횃불(torch)을 넘겨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분명 그의 인생에서 힘든 결정 중 하나겠지만, 나는 그가 미국을 위한 올바른 일이라고 믿지 않았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는 바이든의 나라 사랑에 대한 증거이며, 미국 국민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진정한 공직자의 역사적인 사례”라면서 “미래세대의 지도자들이 잘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는 또 그가 최고의 애국자(a patriot of the highest order)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라고 했다.


필자는 오바마의 이런 평가에 공감한다. 아마도 바이든이 완주를 고집했다면 민주당에선 그를 누구도 꺾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내에선 그가 가장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본선에서 패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사실 트럼프도 그런 점에선 마찬가지다.


미국의 트럼프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분열의 정치’로 자신의 정치 생명을 이어온 이재명 의원이 연상된다. 너무도 닮았다. 그가 장악한 국회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점도 너무나 흡사하다. 그런 식의 정치로 그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역시 민주당에서 바이든이 아닌 다른 주자가 대선 후보로 나서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점이다.


바이든이 경선용 대선 후보였듯 트럼프 역시 경선용에 불과한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당의 이재명 의원을 ‘예비용’ 대선후보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당내 경선에선 압승하겠지만 본선에선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재명 의원도 미국의 바이든처럼 대선 가도에서 중도하차 할까?


어림도 없다. 그에게 그런 ‘애당적 결단’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대선 패배 이후 당내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당 대표 도전, 연임 도전 등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모습을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민주당의 불행은 이재명의 존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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