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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결정하자마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재빠르게 치고 나왔다.
그는 지난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이준석 징계 발표와 동시에 '원내대표 직무대행체제'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를 할 방법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직무 정지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면서 전당대회 조기 개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은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사실상 추인받으면서 명실공히 집권 여당의 '원톱' 자리에 올랐다. 당시 의총에선 권성동이 일찌감치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했음에도 임시·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여러 주장이 분출됐다. 그러나 의총에 참석한 의원 대부분은 권성동이 현재 당헌·당규에 근거를 제시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직무대행 체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진다.
그로 인해 권성동은 원내대표에 이어 초유의 당 대표 징계 사태를 수습하고 과도체제 기간 당을 이끌 비상대권까지 손아귀에 거머쥐게 된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 ‘불완전하게 당 대표 직무대행을 6개월 동안 지속하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는데도 그는 “당헌·당규를 원내대표든, 최고위원이든 누구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권성동이 전대 가능성을 원천차단한 것은 그의 정치적 시간표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4월까지 임기인 권 원내대표로선 당장 직을 던지고 당권 도전에 뛰어들 수 없는 만큼, 전당대회 전까지 비대위나 직무대행 체제로 시간을 벌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즉 내년 6월까지 이준석 대표가 임기를 지켜 줘야만 자신이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고 두 달 이후 있을 당 대표 경선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조기 전대를 원천차단했을 것이란 의구심이다.
사실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6.1 지방선거 앞두고 당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을 향해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휩싸인 이준석 대표의 징계를 촉구했으나 권성동 원내대표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문제여서 진행 상황은 전혀 모르고 있고 사생활에 관한 문제를 파악하는 것도 적절치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일축해 버렸다.
당 대표의 심각한 성 비위 의혹 등을 사생활로 치부하며 보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로 인해 권성동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된 최고위원 명단을 두고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실상 이준석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은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 등 2명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했으나 이준석 대표의 반대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권성동은 최고위 정수 문제를 들어 정점식 의원의 지도부 입성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안 대표가 국민의당 사람과 국민의힘 사람을 추천했는데 국민의힘 사람을 굳이 추천할 필요가 있겠냐”라며 “기본적으로는 (합의를) 존중하되 다시 한번 대화를 통해서 수정할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에 최종결정을 하자”고 말했다.
계속되는 권성동의 이준석 감싸기에 일부 언론은 ‘이준석·권성동 연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준석 대표와의 연대설을 일축했음에도 연대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준석 대표 체제가 유지되어 임기를 마쳐야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재의 국민의힘 혼란은 당권을 향한 권성동 개인의 탐욕이 빚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실 권성동은 당권은 고사하고 원내대표 자격도 없는 자다. 위헌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민주당과 덜컥 ‘검수완박’ 법안을 합의했다가 백지화할 때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했다. 한 사람의 탐욕이 윤석열정부와 집권당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아무래도 권성동은 ‘여당 판 이재명’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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