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검찰이 아니라 법원 몫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3-26 13: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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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대장동 재판 출석을 앞두고 “정치 검찰이 이재명 야당 대표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고 소리쳤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아현역에서 4·10 총선 지원 유세를 하며 "제가 참석하지 않아도 재판은 전혀 지연되지 않는데 검찰이 굳이 이재명이 (재판에) 있어야 한다고 우겨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판 문제는 법원이 아니라 검찰 문제"라며 “검찰 독재국가의 실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체 재판 출석을 앞둔 피고인이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이 대표는 아현역 유세 이후 대장동 등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해야 한다. 4·10 총선 지휘 활동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 대표가 19일 재판에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강제 구인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검찰 때문이라는 이 대표의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앞서 지난 19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재판에 불출석했다. 개정 시간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해 '지각 출석'한 지 일주일만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12일에도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 회의를 이유로 '대장동 재판부'에 재판 시작 시각을 미뤄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대표는 재판 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출석했다.


형사사건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는데도 이 대표는 무단으로 재판에 불출석함에 따라 예정된 시간에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열리는 재판에는 아예 불출석하고 말았다.


당시 이 대표는 재판 하루를 앞두고 느닷없이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유라는 게 가관이다. 총선을 위한 강원 지역 선거 유세 지원 일정 때문에 재판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제1야당의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기에 불출석해도 된다는 것이다. 대체 그런 특권의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황당하기 그지없다.


재판부가 그런 특권요구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실제로 재판부는 당시 "선거 일정 때문에 못 나오는 것은 고려할 수 없어 강제로 소환할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라며 "재판이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당 행사를 위해 재판 기일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라고 ‘강제구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이재명 측 변호인은 "피고인을 강제로 법원에 구인하는 것은 법원 입장에서 좋은 모양이 아니다"라며 반발했으나 재판부는 "저희도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다. 이 대표 스스로가 그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출석해달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다시 잡은 재판기일이 바로 26일인 오늘이다.


이 모든 판단은 검찰이 아니라 재판부가 내린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재판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정치 검찰이 이재명 야당 대표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고 떠벌리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이 대표는 “이 재판은 제가 없어도 되는 재판”이라고 하지만, 형사사건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


아무리 국회의원이고 제1야당 대표라 하더라도 재판을 내 입맛에 맞게 임의대로 참석하거나 말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대표의 또 다른 재판인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총선을 이유로 오는 4월 10일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이 재판마저 연기를 주장하는 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재판에 참석하기 싫으면 죄를 짓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죄 없는 사람을 재판정에 세우지는 않을 것 아니겠는가. 자신의 재판 출석에 "정치 검찰이 손발을 묶으려는 의도"라는 주장은 죄인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거듭 강조하지만, 재판은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 하는 것이다. 죄가 없다면 무죄가 나올 것이고, 죄가 있다면 마땅히 오랏줄을 받는 게 순리이고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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