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멘토’ 신평의 여당 대표 자격.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14 13: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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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차기 당 대표가 어떤 분이 돼야 할 것이냐는 점에서 대선 주자로 나서실 분은 (이번) 당 대표 선거가 아니고 다음 당 대표 선거가 맞지 않겠냐. 그게 하나의 순리라 생각한다. 2025년에 당 대표가 되셔서 1년 남짓하시고 대권 주자로 나가시는 게 맞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 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부 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 강연자로 나서서 한 발언의 일부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콕’ 집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당권 도전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의 불출마를 권유한 것이어서 대통령의 멘토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신평 변호사는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것에 부담을 느낀 듯 “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가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선 이후에도 신평 변호사의 조언은 계속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내부 총질을 이어갈 때 일각에서 ‘윤 대통령이 국가의 가장 큰 어른이기에 이 전 대표를 품을 필요가 있다’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하지만 신평 변호사는 이준석을 '고슴도치'에 비유하며 “고슴도치를 품는다고 해서 고슴도치가 다시 안 찌르지는 않는다”라면서 사실상 '품어도 후일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었다.


그런 신평 변호사가 안철수의 불출마를 권유하고 나선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신 변호사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지만 여러 가지로 흔들리고 있다. 의회를 야당 측에서 지배하고 있으니까 국정 운영하는 것이 힘겹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 강력한 대선주자급이 당 대표가 되시면 국정의 동력이 좀 분산되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신 변호사의 시각에 공감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 앞에는 개혁과제가 산적해 있다.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과제(노동·교육·연금) 중 하나로 꼽은 연금개혁이 첫발을 뗐다. 물러설 곳은 없다. 노동개혁 역시 첫발을 뗐지만, 주52시간·호봉제 개편 등 '첩첩산중'이다.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 분야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운동권 세력이 뒤틀어 놓은 것을 바로잡는다는 것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런 개혁과제들이 성공하려면 집권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과 같은 대선주자급 당 대표가 선출되면 힘이 분산될 것은 빤하다.


따라서 안 의원은 보다도 더 큰 꿈을 위해서라도 2025년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맞다.


이날 신 변호사는 ‘수도권·MZ 대표론’을 꺼낸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치 판단을 잘 못 한다. 잘못된 분석을 사용한 것”이라며 “최근 선거 보면서 느끼는 건 중도층 관심 끌어올 수 있는 당 대표가 반드시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필자 역시 집권 여당 대표 자격으로 ‘중도 확장력’을 꼽은 바 있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자격이다. 중도 확장력은 진보 30%와 보수 30%를 제외한 40%의 세력에 다가가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로지 30%만 바라보고 ‘윤심 팔이’에만 매달리는 이른바 권성동 의원과 같은 ‘윤핵관’ 인사들은 안 된다는 것이다.


중도를 끌어안으면 수도권에서도 통하고, MZ세대에도 통하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번 집권당 대표의 자격은 신평 변호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첫째. 유승민 의원과 권성동 의원 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우파를 ‘갈라치기’했던 배신의 전력자는 안 된다. 탄핵의 강을 건너려면 최소한 이번만큼이라도 탄핵파가 설치는 무대가 되어선 안 된다. 둘째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폐쇄적 극우 세력과 손을 잡았던 인사는 중도 확장을 가로막을 것이기에 절대로 안 된다.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중도 확장력이 있는 인사가 나서야 한다.


셋째,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는 시점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당력을 분산시킬 위험성이 있는 대선주자급 인사는 안 된다. 지금은 자기 정치를 접고 현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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