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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총선백서 태스크포스(TF)는 국민의힘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당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정훈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총선백서 TF는 22대 총선 패배 요인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패배 책임자의 리스트를 작성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필요한 일이다.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지난 2016년 총선 패배 후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제명한 것은 사실상 공천 실패와 선거 참패에 대한 정치적 문책이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하고도 야릇하다.
아예 특정인을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 이미 정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조정훈 위원장은 “누구 한 명을 저격하기 위해 총선 백서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 많다.
실제로 백서 작성을 위한 설문조사 일부 질문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TF는 지난 3일 총선 출마자와 당직자, 보좌관, 당 출입기자 등에게 설문조사 링크를 발송했다.
설문은 지난 총선 관련 당의 공천과 공약, 조직, 홍보, 전략, 여의도연구원, 당정관계 및 정무적 판단에 대한 평가로 구성됐으며 문항별로 1~10까지 척도로 응답할 수 있게 했다.
공천 관련 질문으로는 '공천룰은 공정했다고 생각하나', '비례대표 공천은 잘 됐다고 생각하나', '전반적으로 민주당보다 공천을 잘했다고 생각하나' 등이 포함됐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항목이다. 설문에는 '비대위원장의 메시지와 지원유세는 선거에 도움이 됐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의 실질적 원톱 체제가 민주당의 이재명·김부겸·이해찬 3톱 체제보다 선거운동에 효과적이었나' 등이 포함됐다.
뭐, 그런 설문은 얼마든지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한동훈 전 위원장이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총선 참패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움직임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점이다.
조정훈 위원장이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나왔음에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부터가 이상하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7명은 윤석열 대통령을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았고, 한동훈 전 위원장을 꼽은 사람은 고작 1명에 불과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물론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래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면,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책임은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문제다. 대통령이라도 정치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조정훈 위원장만 이런 발언을 한 게 아니다.
이른바 ‘찐윤’이라는 이철규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이라며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프레임을 짜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라고 했다.
그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정권심판론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며 “그런(이 전 장관·황 전 수석) 문제를 소통하고 해소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는 것도 여당의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총선 패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백서는 진실을 그대로 담아내야 한다, 사실 왜곡을 위한 백서라면 차라리 중단하는 게 낫다. 총선 백서 TF가 오히려 내부분열을 유발하는 기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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