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김무성의 출마 추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1-08 13: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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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에선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기득권 세력이 되어버린 586세대의 낡은 이념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70년대생들이 전진 배치된 것이 그 단적인 모습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70대 ‘올드보이(Old Boy)’인 김무성 전 의원이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은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물론 총선 출마 기준이 나이가 되어선 안 된다. 100세 시대에 70대가 아니라 80대가 되어서도 출마할 수 있다.


다만 김무성 전 의원은 과거에 스스로 “70세 이후에는 선출직에 안 나서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총선 전 정계 복귀설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다”라면서 “나는 공천을 못 받아서 떠난 게 아니라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했던 사람이다. 70살 넘어서 표 달라고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라고 했었다.


그런데 총선일이 다가오자 스멀스멀 총선 출마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실제로 그는 오는 4월 10일 예정된 제22대 총선에 부산 중‧영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것도 한 번만 그런 뜻을 밝힌 것이 아니라 벌써 여러 차례 출마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3일 MBN 유튜브 방송 ‘나는 정치인이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스스로 더 (정치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불출마를 하게 됐는데, 우리 지역(부산 중‧영도)에 좀 문제가 있어서 그 의원(황보승희)이 다음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라면서 “그 자리가 비게 되다 보니까, 지금 주민들이 저보고 이제 다시 출마해달라고 하는 그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서 몇 번 거절하고 외면하기도 하고 했는데, 마음이 조금 바뀌어 가고 있다”라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8일에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2대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결심을 굳혀져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 결심을 굳힌 것이냐'고 진행자가 묻자 "마지막 수순이라는 게 있다. 정치라는 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지역에 가서도 마지막으로 유권자들과 상의하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유권자 의견청취라는 형식적 과정을 거쳐 출마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불출마를 선언했더라도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속한 당과 나아가 정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약속을 번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가 불출마 선언을 번복한 이유가 가관이다.


그는 “정치가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급격하게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 김무성 전 의원이 다시 금배지를 달면 정치가 좋아질 수 있는가. 벌써 몇 번이나 금배지를 달았지만, 그가 의원으로 있으면서 좋은 정치를 위해 무엇을 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는 당 대표로 있을 때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인해 다 이긴 선거를 망치게 했던 당사자 아닌가.


실제로 당시 언론은 최하 180석을 예상했으나 옥새 파동 후유증으로 인해 고작 12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예상보다 무려 58석을 적게 얻은 것이다.


그런데 김무성 전 의원은 그 참패 이유를 ‘전략공천’ 탓으로 돌렸다. 100% 경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참패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총선참패 원인이 자신의 ‘옥새 파동’ 탓이 아니라는 거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당시 87.43%는 상향식 공천을 했고, 12.57%만 전략공천을 했을 뿐이다. 특별히 그때에만 전략공천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옥새 파동으로 잘못된 공천을 했다는 점이 부각하면서 총선참패를 초래한 것이다. 그런데도 반성 없이 남 탓을 하면서 오히려 그걸 총선 출마의 빌미로 삼는 그의 노욕이 추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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