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여론조사, 책임 물어야 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3-28 13:44:4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4월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 업체 중 30곳을 등록 취소했다. 신뢰성이 의문시되는 여론조사기관을 폐업시키고,특히 '떴다방식 여론조사'를 근절함으로써 건강한 정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론조사 신뢰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되는 여론조사마저도 조사기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 유권자를 헷갈리게 만든다.


실제로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28일에 공개된 여론조사를 보면 가관이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인천 계양을에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결과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조사는 이재명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상당한 격차로 원희룡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


먼저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인천 계양을 선거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47.2%, 원희룡 후보 43.6%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4.4%p) 내에서 팽팽하게 경쟁하는 구도였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4일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7명을 대상으로 지지 후보를 조사한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50.5%, 원희룡 후보 37.5%의 응답을 얻어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4.4%p) 밖인 무려 13%p 격차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두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듯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차이가 있다면 조사 기간이 하나는 24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25일과 26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것뿐이다. 단 하루 사이에 특별한 사건이 발생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듯 다른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여론조사 기관이 의도적으로 여론조작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면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조사 방식에 따른 결과 차이일 경우가 많다.


조사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전화면접 조사는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설문조사하는 방식이다. 조사원은 사전에 준비된 질문지에 따라 질문하고 응답자는 질문에 답변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게 된다.


두 번째 ARS 조사는 미리 녹음해둔 음성을 이용한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진행하는 조사 방식이다. 자동응답 시스템이 불러주는 음성에 응답자가 버튼을 눌러 답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게 된다.


두 방식은 응답률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조사원들이 직접 조사를 진행하면서 응답률의 성공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ARS 조사에 비해 높은 응답률을 기록하고 있다.


ARS 조사는 대체로 적극적인 지지층의 응답률이 높다는 측면에서 실제 민심과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표본의 구성, 질문지 구성 등에 따라서도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표본이 오염됐다면, 모든 결과가 오염된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론조사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남발되는 여론조사로 유권자들의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그러면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민의는 국민과 유권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 지표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와 현실이 다를 때, 국민은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현실과 괴리된 엉터리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남발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야당은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나머지 공공연하게 ‘200석’을 거론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다. 그런데 실제 결과가 그렇지 못하다면 여론조사 기관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자진 폐업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그런 여론조사 기관들을 폐업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