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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 22대 총선 참패 직후 물러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향후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패장으로서 자숙과 성찰이 먼저라며 ‘조기 등판 불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한동훈 전 위원장은 누가 뭐래도 패장이다. ‘원톱’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오롯이 모든 책임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전략 부재로 마지막 날까지 계속된 ‘이·조 심판론’이 문제였다. 이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되레 강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말았다. 선거 경험이 없는 ‘초짜 정치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필자가 총선 당시 <‘한동훈-인요한 ‘투톱’ 민망하다>라는 칼럼을 통해 “이건 ‘투톱’ 체제가 아니다”라며 “‘투톱’ 체제라고 하려면 최소한 한동훈 위원장의 부족한 점을 채울 정도의 중량감과 중도 확장성이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연유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조 심판론’을 제기하더라도 다른 중량감 있는 공동선대위원장은 여당의 강점을 활용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조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게 중요한 패인 가운데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큰 패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국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정기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총선 패배 책임이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더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8.0%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했다. 10명 중 7명 가까운 유권자가 윤 대통령을 패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반면 한동훈 전 위원장을 지목한 응답률은 10.0%에 그쳤다. 10명 중 고작 한 사람 정도만 한 전 위원장을 패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잘 모르겠다'는 유보층은 22.0%였다. 투표한 국민이 그렇게 본다면 그런 것이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의 방향은 대체로 옳은 방향이고 국민도 거기에 대해선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걸 풀어가는 방식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 않다는 것이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 문제나 의정 갈등에 대한 황당한 기자회견 등은 그런 과정에서 나타난 미숙한 부분이다.
그게 총선에서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따라서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건 온당한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 전 위원장은 기꺼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본인도 휴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곧바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한 전 위원장은 출마하지 않는 게 맞다.
그런데 황우여 비대위체제가 들어섰고, 전당대회를 8월이나 9월경에 치른다면 그때는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해도 된다. 더구나 당원들이 그의 등판을 바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을 누가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국민의힘 당원 등 지지층(331명) 중에서는 무려 44.7%가 한동훈 전 위원장을 꼽았다. 이어 나경원 당선인 18.9%, 안철수 의원 9.4%, 유승민 전 의원 5.1% 순이었다.
이게 당의 주인인 당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마음이라면 한동훈 전 위원장도 기꺼이 그 뜻을 받들어야 한다.
사실 한동훈 전 위원장 이외에 현재로선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 아닌가.
다만 한 전 위원장의 정치력에 대해선 아직도 학습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만큼, 이번에 지도 체제를 ‘단일지도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해 한 전 위원장의 부족한 부분을 노련한 최고위원들이 협력해 채우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다시 말하지만,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엔 동의한다. 그러나 오는 8월이나 9월경에 전대 출마한다면 그것으로 자숙의 시간은 충분하다. 아마도 총선 때 보다는 상당히 성숙해졌을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여당이 이대로 쓰러져선 안 된다. 현재 여당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 쟁쟁한 대권 주자들이 넘쳐 나지만 당이 무너지면 그들의 개인기로도 극복하기 어려울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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