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교체’ 민심을 저버린 임종석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3-04 13: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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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4.10 총선에서 향배를 가를 격전지로 분류되는 서울 동작갑은 중도층이 많은 스윙보트다.


이 지역의 승패가 서울 지역의 승패는 물론 전국의 승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barometer)인 셈이다.


그런데 이 지역 '가상 양자대결'에서 현역 친명(親이재명) 재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인 장진영 변호사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3일 나왔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월 25~26일, 서울 동작갑 거주 유권자 504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가 45.5%, 김병기 민주당 후보는 39.6%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기타 후보 6.6%, 부동층 8.3% (없음 3.4% + 잘 모름 4.9%)로 나타났다.


정당지지도 역시 국민의힘 35.9%, 민주당 33.2%로 국민의힘이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조금 앞섰다.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 실어줘야'라는 응답이 46.7%로,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 실어줘야'라는 응답 42.2%보다 앞섰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의 제1야당에 대한 불신 탓일 게다.


즉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야당을 교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세한 사항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얼마 전 김선동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과 식사를 함께 한 일이 있다.


그는 총선 전망에 대한 질문에 “서울에서 과반 승리가 목표”라고 답했다. 말은 ‘목표’라고 겸손하게 표현했으나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 났다.


그의 지역구는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라는 야당 강세 지역구 가운데 하나인 도봉을이다.


그런데 이렇듯 자신감에 넘쳐 나는 건 ‘야당 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 ‘이재명 당’으로 전락한 ‘가짜 민주당’이 아니라 ‘진짜 민주당’이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런데 정작 ‘야당 교체’의 주역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으로부터 버림받은 인사들은 ‘혹시나’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기대감으로 당에 남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100석 안팎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 자신들에게 기회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회동하고 탈당을 약속했다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갑자기 당 잔류를 선언한 것 역시 그런 망상 탓일 게다.


하지만 민주당 총선 성적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이미 이재명 당으로 전락한 당에서 비명계와 친문계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당 잔류를 선택한 비명계와 친문계 인사들이 어리석다는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정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지금 ‘이재명 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홍영표 의원과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 김종민 새미래 의원은 민주당 탈당파를 규합하기 위한 임시 텐트인 이른바 '민주연대'를 만드는 통합 논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재명 당을 떠나는 민주당 지지층을 붙잡아 놓을 ‘진짜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친문계를 대표하는 임종석 전 실장이 합류한다면,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다.


민주당 탈당파 수가 증가하고 합류하는 의원들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단순에 제1야당을 교체하는 ‘대안 야당’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과 윤영찬·송갑석 의원 등 다수 친문계 의원들은 경선 기회를 받은 것에 감지덕지하면서 경선에 응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건 한마디로 서서히 데워져 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어리석은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을 교체할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어리석은 사람, 임종석 전 실장 같은 사람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릇이 작은 사람은 역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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