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중도 포기’…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1-17 13: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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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전략에 '중도'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략에 대한 정치부 기자들의 냉정한 평가다.


지지율 30%대 박스권에 갇힌 이재명 후보가 중원으로 나아갈 생각은 않고 오로지 '집토끼 결집’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탓이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언론과 검찰 등을 연일 전방위 비판하는 것도 강성 진보 지지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지난 12~14일 부산ㆍ울산ㆍ경남에서 민생 행보를 하면서 틈날 때마다 언론과 각을 세웠다. 지지자들을 향해선 “우리가 언론이 돼야 한다”고 호소하는가 하면, 지난 15일 비공개 선대위 회의에서도 ‘언론이 유독 나에게 가혹하다’라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검찰을 향해서도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자신을 겨누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대해 “매우 미진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라고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직무유기 의혹, 국민의힘 인사들의 민간 개발 강요 의혹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라”고 압박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언론이 자신을 흠집 내고 있으며, 검찰 수사의 잘못으로 인해 자신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지지율 정체 현상은 어디까지나 ‘언론 탓’, ‘검찰 탓’이라는 거다.


이런 황당한 행보로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이 후보의 행보가 중도 확장과는 거꾸로 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왜 그런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언론과 검찰은 문재인 정부 강성 지지층의 '척결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마음을 얻는 데에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후보는 ‘산토끼’보다도 우선 당장 ‘집토끼’를 단속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12~13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조사한 결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5.6%, 이재명 후보가 32.4%를 기록했다.

 

격차는 13.2%p였다. 직전 조사에서는 11.8%p 차였는데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특히 진보 성향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60.5%에 불과했다. 보수 성향에서 윤 후보가 67.3%의 지지율을 얻은 것에 비하면 진보 성향의 이탈자가 무려 6.8%p나 더 높게 나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재명 후보가 집토끼 결집에 집착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집토끼라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 비율이 35%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설사 그들의 마음을 온전하게 100%로 다 잡는다고 해도 그들의 지지만으로는 결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럴수록 중도층은 이재명 후보에게서 멀어지는 탓이다.


실제로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응답한 조사 대상자 가운데에서는 46.1%가 윤 후보를 택했으나 이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고작 30.2%에 불과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로, 응답률은 8.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가 사실상 ‘중도층의 표심’을 포기하고 ‘집토끼 결집’에만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좌파 포퓰리스트' 이미지를 강화하면 오히려 중도층의 비호감도만 높일 수도 있다는 건 상식이다.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이재명 후보는 왜 상식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어쩌면 당내에서 터져 나올지 모르는 “후보교체” 목소리에 대한 공포 때문일지도 모른다.


통상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후보의 지지율은 컨벤션 효과로 인해 상승세를 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에게는 그런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가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50%대에 육박할 만큼 ‘껑충’ 뛰어오른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그나마 30%대라도 유지하고 있는 걸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라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치면 당내에선 당장 ‘후보교체’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집토끼인 35%라도 붙들어야겠다는 심정에서 강성 진보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면 그 결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재명 후보는 ‘중도 포기’가 사실상 ‘대선 포기’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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