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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들고 설쳐대는 춤을 칼춤이라고 한다.
칼춤을 추다 상대방을 죽이거나, 실패하여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는 삼국지나 초한지 등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그런 축에도 끼지 못하는 아주 고약한 칼춤이 있다.
바로 망나니 칼춤이다. 천민이거나 스스로 중죄인이기도 한 망나니는 자신에게 칼을 주면 죄인의 목을 내리치기 전 그 칼을 휘두르며 한바탕 춤을 추었다.
지금 ‘툭’ 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입버릇처럼 떠들어대는 야당의 모습이 꼭 그런 모양새다.
마치 사람을 죽이는 칼을 쥐어선 안 될 살수(殺手) 망나니가 큰 칼을 쥐고 무서운 칼춤을 추듯 거대 의석이라는 입법 권력을 거머쥔 야당은 ‘윤석열 탄핵’이라는 망나니 춤을 추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기괴해서 섬뜩할 지경이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25일 조국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3년은 너무 길다 탄핵추진위원회(탄핵추진위)'를 발족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탄핵추진위는 이날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부위원장은 황운하 원내대표가 맡았다.
그런데 조국이나 황운하는 모두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는 자들이다.
자녀 입시 비리와 유재수 감찰 무마 등의 혐의를 받는 조국은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마지막 대법원 판결만 남겨둔 상태다.
황운하는 공직선거법,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법원이 봐줘서 바로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을 뿐 지은 죄가 중하다.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그들은 모두 감옥에 가야만 한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국회의원직도 상실한다.
그런 중대 범죄혐의자들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의 칼을 손에 쥐게 되니까 본분을 망각한채 ‘윤석열 탄핵’이라는 망나니 칼춤을 추는 것 아니겠는가.
이건 공적 정의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개인의 원한 관계에 따른 사적 보복처럼 보인다.
그러면 조국혁신당보다 더 큰 권력의 칼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아주 교활하다.
사실 민주당 내에선 탄핵 언급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당내에서 탄핵 결정이나 조기(早期) 대선을 기대하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야당 전체 의석수를 합쳐도 탄핵 요건(200명 이상 찬성)에 못 미치고, 현재 헌법재판소의 성향도 탄핵 인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한마디로 탄핵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설사 당장 탄핵 절차가 시작되고 조기 대선을 치른다고 해도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그때까지 해결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특히 위증교사혐의 등에 대해선 이르면 9월, 늦으면 10월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면 이재명 일극 체제는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게다가 정치적으로도 탄핵소추는 위험이 큰 행위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사례에서 보듯 후폭풍이 상당하다. 탄핵소추는 상대 진영 결집과 여론의 동정론 확산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걸 민주당의 많은 사람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인사들이 ‘툭’하면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실제로 탄핵을 추진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이 탄핵을 자주 거론하는 건 단지 대통령을 끊임없이 흔들어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마디로 금배지라는 권력에 취해 멋모르고 탄핵을 추진하는 조국혁신당이 망나니 칼춤으로 모든 비판을 받는 동안에 민주당은 그저 장단이나 맞추고 추임새를 넣는 ‘고수’나 구경꾼으로 위장해 그 칼춤을 즐기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교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망나니 칼춤도 끝이 있다. 칼춤이 끝나면 고수도 구경꾼도 흩어지고 말 것이다. 그때는 그 무엇으로도 이재명을 방탄할 수 없다. 그게 이재명의 운명이고 민주당의 정해진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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