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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가 20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의 통합 결렬을 선언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라며 통합 결렬을 선언하고는 고개 숙였다.
이로써 이낙연 대표는 지난 9일 제3지대 4자(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통합 선언 이후 11일 만에 독자 노선을 걷게 된 것이다.
사실 이는 정체성이 너무나 다른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급작스럽게 손을 잡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사태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돈 때문일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1분기 경상보조금 125억 4900여만 원을 7개 정당에 지급했다. 제3지대의 개혁신당은 무소속 양정숙 의원의 입당으로 경상보조금 총액의 5%를 지급 받을 수 있는 기준인 현역 의원 5명을 충족하면서 약 6억6000만 원을 받았다.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해주기 위해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은 20석 이상의 의석을 보유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먼저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지급한다. 5석 미만 또는 의석이 없는 정당 중 최근 선거에서 득표수 비율 요건을 충족한 정당에는 총액의 2%만 배분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 결국 돈 때문이었나. 지난 15일 기준으로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보조금 6억 6000만 원이 개혁신당에 지급됐다"라며 "그걸 위해서 하루 전날인 14일 더불어민주당조차 내쫓았던 양정숙 의원을 영입했다. 당초 생각이 전혀 같지 않았던 사람이 위장 결혼하듯 창당한 다음에 의원 숫자 5명을 하루 전에 맞춰서 돈을 받아갔다"라고 꼬집은 것은 그런 연유다.
이어 "이는 분식회계를 해서 보조금 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며 "그래 놓고 이혼하듯이 갈라서면 보조금 사기라고 말하더라도 과한 말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보조금 받기 위해 위장 결혼하고 돈을 챙긴 후 나중에 갈라서면 사기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돈을 챙긴 후 고작 5일 만에 이혼을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사기 결혼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비판은 양측 모두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혐오 정치를 조장하는 이준석 측과 갈라서기를 선언한 이낙연 대표의 선택은 옳다.
사실 제3지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어느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다수 정당이 되기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제3지대 다수당선’을 답한 비율이 무려 18%에 달했다. 특히 ‘지지 정당이 없다’라고 밝힌 무당층에선 26%가 제3지대 다수당선을 희망했다. 유권자 10명 중 2명가량은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정작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이준석 공동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지지율은 고작 4%에 불과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수치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즉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있으나 이질적인 집단이 뒤엉킨 개혁신당은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라며 갈라서는 게 맞다.
잘못된 통합을 했다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 여기서 계속 가는 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뒤늦게나마 이낙연 대표가 그런 결단을 내린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낙연 대표가 이날 "도덕적 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 견제도, 정권 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라고 밝힌 만큼, 그 목표만을 바라보며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
거대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제3지대 신당은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이준석 패거리들이 중심이 되어선 안 된다. 오늘 이낙연 대표의 선언이 그런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일깨워 준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개혁신당은 1분기 경상보조금 6억6000만 원을 전액 반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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