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9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누가 여야 후보로 나서느냐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종로 외에도 서울 서초갑, 대구 중남구, 청주상당, 경기 안성 등 모두 5곳에서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있지만, ‘정치 1번지’라는 종로 선거는 사실상 대통령 선거와 직결되는 만큼 누구를 공천하느냐에 따라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공천을 하면 대선 후보가 당장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3·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무공천' 방침을 최근에 접었지만, 애초 대선 전략 차원에서 '전 지역 무공천'을 검토했던 것은 이런 연유다.
괜히 공천했다가 야당 후보에게 계속해서 지지율이 밀리는 것으로 나오면, 그 여파가 이재명 후보에게 미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물론 민주당이 방침을 선회함에 따라 '정치 1번지'에는 이재명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출격시킬 것이다. 후보자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이에 맞서 국민의힘 후보로 누가 출격하느냐 하는 점이다.
20일 현재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 여러 사람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원희룡 전 지사는 선대위에서 정책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출마하고 싶어도 출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자기희생을 감수할 것이다. 따라서 강력하게 떠오르는 후보군은 최재형 전 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홍준표 의원은 전날 윤석열 후보와 비공개 만찬 회동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만찬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윤 후보에게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 ▲처가 비리는 엄단 하겠다는 대국민 선언 등 두 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가 해소되면 중앙선대본부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라고 했다.
홍 의원은 ‘국정 운영을 담보할 조치’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추천한 셈이다.
사실 검사 출신의 윤 후보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상당수다. 도덕성 등 여러 측면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국정 운영 경험 측면에선 밀릴 것이란 우려 탓이다. 그걸 상쇄하기 위해 홍 의원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추천한 것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설립된 헌법기관이다. 국정의 전반을 살피는 그런 기관의 수장이라면 국정 운영에 대해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더구나 그는 감사원장으로서 정권의 압력을 이겨내고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을 파헤쳐 바로잡았던 소신 있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그는 ‘미담제조기’로 불린다.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료를 2년간 업어서 출퇴근시킨 일화로도 유명하다. 두 딸을 낳은 뒤 두 아들을 입양해 네 자녀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런 모습은 ‘형수 쌍욕’ 이재명 후보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대비되어 윤 후보의 득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종로에 자신의 정치 스승인 유승민 전 의원을 전략공천 하려는 이준석 대표의 견제가 심하다는 점이다.
실제 이 대표는 홍 의원이 최재형 원장 공천을 요청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홍 의원이 요청한) 국정운영 능력 담보 조치는 국민이 신뢰할 만한 사람을 쓰라는 것"이라며 "그 말이 이 상황에서 나온 것은 '내 사람을 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홍 의원 측근이라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라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홍 의원이 본인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저 정도는 훌륭하다, 탕평인사라고 본 사람'을 추천했을 것"이라고 슬쩍 말을 바꿨지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셈이다.
만찬 분위기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윤 후보가 워낙 먹성이 좋아서"라고 농담 섞인 말을 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음을 내비쳤으나 이 대표는 "전해 들었지만, 회동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기보다는) 살짝 긴장감이 흘렀다"라고 상반된 말을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홍 의원의 두 가지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마치 홍준표 의원과 ‘원팀’이 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유승민 전략공천을 염두에 둔 탓일 게다. 그러나 유 의원 공천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면 야당 대표로서 물러서는 게 옳다. 최재형과 유승민 가운데 한 사람을 고르라면 단연 최재형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