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대, ‘태풍의 눈’? ‘찻잔 속 태풍’?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3-07 13: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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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급기야 20%대로 폭삭 주저앉은 여론조사 결과가 7일 공개됐다.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막가파식 공천 탓이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29%, '조국신당' 7%,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 2%, '새로운미래' 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 '태도유보'는 (없다+모름/무응답) 20%였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부견제론'이 47%로,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 45%보다 높은데도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민주당을 여당의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잘못된 공천 탓이 크다.


실제 민주당 후보 공천 과정에 대해 질문한 결과, '잘하고 있다'라는 긍정평가는 고작 32%에 불과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라는 부정평가는 무려 53%에 달했다.


국민 두 명 가운데 적어도 한 명 이상은 민주당 공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이 조사의 응답률은 17.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주당이 전날 서울 6곳, 경기 5곳, 부산 3곳, 인천·충북 각 2곳, 광주·전북 1곳 등 총 20곳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 역시 ‘비명횡사’였다.


강북을에서는 박용진 의원과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 이승훈 변호사 등 3자 간 경선 결과, 비명계 박 의원이 탈락하지 않고 정 원장과 함께 결선에 올랐으나, 윤영찬·김한정·강병원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은 대부분 탈락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이하 해당자에게는 경선 득표의 30%를, 하위 10∼20% 해당자에게는 20%를 각각 감산하는 '현역 페널티' 규정을 적용한 탓이다.


그나마 일시적으로 생존한 박용진 의원도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선 투표에서도 30% 감산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명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막가파식 공천을 버젓이 자행하는 정당이 과연 민주 정당이겠는가.


아니다. 홍영표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지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사당, 이재명당”이라면서 “가짜 민주당”이라고 규정했다.


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과 설훈 의원 및 새로운미래가 7일 '민주연대' 결성을 공식화한 것은 이런 연유다. 가짜 민주당인 지금의 민주당을 대체할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민주당'으로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실현해내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기호 3번’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이번 총선의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물론 아직은 6석의 의석을 거느린 녹색정의당이 3번이다. 그리고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민주연대는 각각 4석이지만, 당명을 가나다순으로 하면 개혁신당이 4번이 된다.


하지만 개혁신당에 합류할 현역 의원은 많아야 한두 명, 아니면 아예 한 명도 없을 테지만 민주연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은 상당하다.


구체적으로 설훈 의원은 많게는 10명 이상, 최소 6~7명의 의원이 합류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설 의원의 예상대로라면 민주연대는 기호 3번을 달고 선거에 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태도를 유보한 무려 20%대에 달하는 무당층이 민주연대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러면 과거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같은 좋은 성적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야당을 교체 해야 한다’는 민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민주연대가 제1야당의 위치를 점하게 될지도 모른다.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방탄정당’이 제1야당이 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당 대표나 강성 팬덤의 눈치를 보며 탈당을 주저하는 자들의 용기다. 그대들이 용기만 낸다면 민주연대는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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