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친명횡재-비명횡사'…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2-26 13: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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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계가 먼 ‘비명’ 인사들이 대거 배제돼 ‘공천 파동’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이번에는 ‘친명’ 인사들을 일제히 단수로 공천을 확정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론의 눈치조차 살피지 않는다.


최소한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 데 그런 게 없다. 막무가내다.


실제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7차 심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가관이다.


친명 지도부인 정청래(서울 마포을)·서영교(서울 중랑갑) 최고위원은 단수로 공천장을 받았다.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정책위의장과 권칠승(경기 화성병) 수석대변인 등 친명 주요 당직자들도 단수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에 임할 때부터 이재명 대표를 도와 ‘원조 친명’으로 불리는 김영진(경기 수원병) 의원과 ‘처럼회’ 멤버이거나 활약한 적이 있는 김승원(경기 수원갑)·민병덕(경기 안양동안갑)·김용민(경기 남양주병)·문정복(경기 시흥갑) 의원도 단수 공천됐다.

 

강득구(경기 안양만안) △한준호(경기 고양을) △유동수(인천 계양갑) △백혜련(경기 수원을) △김태년(경기 성남수정) △이재정(경기 안양동안을) △김한규(제주을) △위성곤(제주 서귀포) 등 ‘친명’ 의원들도 곧장 본선으로 직행했다.


반면 ‘현역 평가 하위 20%’에 속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는 ‘비명’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은 조인철 전 광주 문화경제부시장과 경선을 붙는다. 조 전 부시장은 이 대표의 멘토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대표적 친명 인사다. ‘친문’인 도종환(충북 청주흥덕) 의원은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과 경선이 결정됐다. 친명인 이 부원장은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 검증을 통과한 지 며칠 만에 지역구를 옮기면서 ‘자객 공천’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비명’인 박영순 의원은 원외 지명직 최고위원인 ‘친명’ 박정현(대전 대덕) 전 대덕구청장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박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10%’로 분류돼 경선에서 30% 감점을 받게 된다. 또 다른 ‘비명’인 이용우(경기 고양정) 의원도 김영환 전 경기도의원과 경선을 치른다.


이런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에 대한 국민 여론은 상당히 비판적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공천은 불공정하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26일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천 공정성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중 27%만이 민주당의 공천을 ‘공정하다’라고 평가했고 53%는 ‘공정하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선 ‘공정하다’와 ‘공정하지 않다’라는 응답이 각각 40%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런 평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 대표 지지도로도 연결됐다.


당 대표 역할 수행을 평가하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잘하고 있다’ 52%, ‘잘못하고 있다’ 42%로 나타났다. 반면 이 대표는 ‘잘하고 있다’라는 답변이 36%에 그쳤고 ‘잘못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무려 61%에 달했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잘하고 있다’ 응답 비율 차이는 오차 범위 밖인 16%p를 보였다.


특히 이 대표는 광주·전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높았고 총선 격전지인 서울에서 부정평가가 68%, 긍정 평가는 29%를 기록해 총선 전망을 어둡게 했다.(이 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필패다. 그런데도 이런 ‘막가파 공천’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자신의 측근들에게 금배지를 달아주면 그들이 충성할 것이고, 자신을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로 인해 서 민주당이 많은 의석을 얻지 못하고 망하더라도 그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런 의지가 노골적인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면서 앉아서 당하는 비명 인사들을 보면 순진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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