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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일선 경찰들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통해 검찰의 수사 기능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경찰을 견제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필요한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부처보다도 힘이 센 청(廳)이 3개가 있다. 바로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이다. 법무부에는 검찰국이 검찰청을 관장하고 협력하는 것으로 견제하고,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검수완박’으로 힘이 막강해진 경찰만 그런 견제장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사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소속 외청으로서,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인사에 대한 제청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치안비서관이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함에 따라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은 형식만 있을 뿐 의미가 없는 권한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걸 제도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이라면 경찰도 그걸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물론 경찰 견제 방안으로 경찰국 신설이 최선이냐 하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경찰의 반발은 그 방식에 있어서나 주도하는 자가 매우 부적절하다.
경찰서장은 지역 주민의 치안을 담당하는 최고 사령관이지만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합법적인 상부의 지시에 대해선 아무리 불만이 있더라도 마땅히 그 지시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상부에서 해산 지시를 내렸는데도 이런 지시를 어겼다. 명백한 복무규정 위반이다.
특히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울산 중부경찰서장 류삼영 총경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 진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그는 울산 경찰서장인데도 '울산 부정선거'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던 대단히 불의한 경찰이다.
앞서 청와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한병도 전 정무수석·이진석 상황실장 등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들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민주당 후보(울산시장)를 당선시키기 위해 공약을 짜주고, 경찰을 시켜 야당 후보를 수사한 혐의(직권남용 및 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실제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울산시장은 경찰 수사를 받았고 2019년 3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미 김기현은 이 사건으로 인해 낙선의 고배를 마신 뒤였다.
김기현 수사를 맡았던 울산지방검찰청은 95쪽에 달하는 불기소 결정문을 통해 "수사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수사권 남용의 논란을 야기한 수사"라며 이례적으로 경찰 수사를 지적한 바 있다.
송인택 전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도 "누구를 죽이기 위한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자기 출세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를 망치고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렸다"라고 경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선 울산서장인 류 총경이 입을 굳게 닫았다.
그런데 경찰국 신설 문제에만 유독 튀는 행동으로 반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여옥 전 의원은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반드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솔직히 '경찰국'도 부족하다. 류삼영 총경은 정치경찰"이라며 "대기 발령 정도가 아니라 파면돼야 마땅하다. 울산에 경찰서장으로 있으면서 '울산 부정선거'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늘 불의와 맞섰다면서요?"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경찰대 4기 출신인 류삼영 총경은 승진 가능성이 거의 제로다.
치안정감은 대부분 경찰대 7기 출신들이고, 6기들도 대거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그런데 그들보다 훨씬 선배인 류삼영 총경은 경무관 승진대열에조차 합류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승진 낙오자라는 말이다. 사실상 경찰로서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같으면 그런 사람들은 모두 옷을 벗고 후배들에게 진로를 열어주는 게 아름다운 관례였다. 그러나 류 총경은 그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되레 어차피 옷을 벗게 될 사람이 총경들을 선동하는 역할을 도맡아 한 셈이다. 승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같이 죽자는 놀부 심보 아닌가.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쩌면 그는 이걸 자신이 정계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경찰에 몸을 담고 있다가 정계 진출한 추잡한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개중에는 금배지를 단 사람들도 있다.
정당이 이런 사람들을 부추겨 입맛에 맞게 활용하고 마구잡이로 금배지를 달아주다 보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땅에 추락한 것 아닌가.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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