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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드디어 '정풍 운동'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박용진 의원이 사실상 컷오프가 유력한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한 말이다. 실제로 박 의원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구당 운동하는 심정으로, '정풍 운동'의 각오로 과하지욕을 견디겠다. 반드시 살아남겠다"라고 했다.
대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정풍 운동’이라는 과격한 말까지 나오는 걸까?
한마디로 가관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민주적인 정당이 아닌 ‘가짜 민주당’이다. 공천 과정에서 그런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죽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공천은) 단순한 대장동식 공천을 넘어 변호사비 대납 공천”이라고 꼬집었겠는가.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변호인단이 현역 의원과의 1대1 경선이 확정되는 등 이른바 ‘대장동’ 변호인들은 모두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재명 대표 변호인단 소속으로 광주 광산구갑에 출마한 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보는 현역인 이용빈 의원과 맞붙는다. 광주고검장 출신인 박 특보는 지난해 이 대표 변호인단에 합류해 검찰 출두 시점을 조율하고 실제 출석 시 조사에 입회하는 등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를 맡아왔다.
금천구에 출마한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기상 국회의원과 경선을 벌인다. 금천구에는 총 7명의 예비후보가 출마했는데, 7대 2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조 위원장도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인이다.
이 대표의 측근이자 최근 1심 선고를 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의 변호인이었던 임윤태 변호사도 남양주갑에서 최민희 전 의원과 대결한다. 임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의 법률 특보를 지낸 바 있다.
이러니 당 안팎에서 ‘대장동 변호인들을 위한 사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같은 막가파식 공천으로 인해 전날 열린 민주당 의총은 그야말로 이재명 대표를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라며 수습하려 했지만, 분노한 비명계 의원들과 친문계 의원들의 격앙된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런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마도 의총에 참석해 봤자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걸 알고 자리를 회피한 모양인데, 참으로 비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불똥이 친명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에게 튀기도 했다.
실제로 정청래 최고위원이 전날 의총 도중 ‘슬쩍’ 자리를 빠져나가자 비명계 의원들이 “대표도 없는데 어디 가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더구나 친문(친문재인계),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를 제외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천논란이 일었을 때, 당 지도부는 해당 여론조사가 당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며 발뺌했었다. 그런데 전날 의총에서 조정식 사무총장이 “(여론조사는)대체로 당에서 한 것이 맞다”라고 실토했다. 당 지도부가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게 공당의 공천 모습이라니 얼마나 한심한가.
당 안팎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비명횡사’라고 꼬집는 이유다.
그런데도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당 공관위는 원칙에 따라 공천하고 있다”라며 “비명계 공천학살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공관위원이라는 감투를 쓴 자들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앉혀 놨으니 공천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민주당 지지율의 하락으로 국민의힘과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짜 민주당인 ‘이재명 당’에서 앉아서 당하느니 차라리 이낙연의 ‘새로운미래’에서 ‘진짜 민주당’을 만드는 대열에 합류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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