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원 선거에 ‘明心’ 안 먹혔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7-23 13:56:5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당원대회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재명 대세론’이 입증됐다.
실제로 이재명 당 대표 후보는 23일 현재 득표율 90%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북한이라 러시아, 중국 등 공산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득표율이 대한민국의 정당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말 한마디면 안 될 것이 없는 ‘광신도 집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명심’(明心, 이재명 마음)이 곧 ‘당심’(黨心, 당원의 마음)이라는 등식이 깨졌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제주를 시작으로 당원대회 공식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최고위원 경선에는 김병주·강선우·정봉주·민형배·김민석·이언주·한준호·전현희 후보 등 8명이 뛰고 있다. 이들 중 5명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진입하고, 1등은 수석 최고위원이 된다.


사실 수석 최고위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최고위원보다 많은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당 대표는 자신과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이 수석 최고위원으로 뽑혀야 일하기 편하다.


그런데 최고위원 선거에선 명심이 당심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기류가 뚜렷하다.


현재 8명의 후보 가운데 이재명과 가장 거리감이 있는 정봉주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일 치러진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 정 후보는 제주(19.06%), 강원(21.98%)에서 1위를 기록했다. 21일 합동연설회가 진행된 강원(20.33%)과 대구(22.20%), 경북(21.32%)에서도 모두 선두를 달렸다. 이틀간의 표를 합산하면 정 후보는 누적 득표율 21.67%다. 이어 △김병주 후보(16.17%) △전현희 후보(13.76%) △김민석 후보(12.59%) △이언주 후보(12.29%) △한준호 후보(10.41%) △강선우 후보(6.99% ) △민형배 후보 (6.13%) 순이었다. 8명의 후보 가운데 정 후보만 유일하게 20%를 넘어 선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김민석 후보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실제로 이재명 체제에서 당 정책위의장, 4·10 총선 상황실장을 지냈던 김 후보는 '명심'을 받고 있음에도 4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재명은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첫 최고위원 후보 손님으로 김 후보를 초대해 "김 후보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냐"라며 눈에 띄게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었는가 하면, 김 후보를 "당 대표 선거 캠프 총괄본부장"으로도 지칭하는 등 사실상 자신의 러닝메이트라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이른바 '찐명'으로 꼽히는 강선우·한준호 후보도 당선 순위 밖으로 밀려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과 상대적으로 가장 거리가 먼 정봉주 후보는 1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은 정 후보와의 방송에서 그를 “역대 최고위원 후보 중에 최강 멤버 같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봉주 (전) 의원, 원외 인사"라고 곱씹었다. 굳이 ‘원외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당원 여러분께서 잘 지켜보시고 어떤 분들이 민주당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다음 지방선거, 대선을 이기는데 누가 더 도움이 될까. 안 그래도 살피시겠지만, 그 점을 집중적으로 살피시면 좋을 거 같다"라고 당부했다. 직설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마치 정봉주에게 표를 주지 말라는 호소처럼 들린다.


그런데도 1등을 했다는 건 민주당에서 이재명의 입지가 정봉주로 인해 흔들릴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은 정봉주가 수석 최고위원이 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아직 부산·울산·경남, 충청, 전북, 광주·전남, 대전·세종, 경기, 서울 등 지역순회 일정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리당원 56%, 대의원 투표 14%, 일반 여론조사 30%가 최종 반영되는데 대의원이나 일반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광적인 집단인 민주당에 그가 균열을 낼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려 1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민주당이 어떤 혼란에 빠질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민주당에 집단지성이 발휘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