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훼손 이재명, 참담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6-12 14: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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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사건 조작과 모해위증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지 나흘 만에 처음으로 밝힌 입장이 ‘반성’이나 ‘사과’가 아니라 ‘조작’이라니.


정말 이재명 대표의 말처럼 이 사건이 조작된 것일까?


아니다.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 전 부지사의 판결문에는 “당시 경기도의 행보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대북정책을 과감히 추진할 것을 예고하는 것이었고, 실제 경기도지사(이재명)가 피고인(이화영)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비록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최소화했지만, 사실상 대북송금 의혹의 최종결재권자가 이재명이라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이 전 부지사의 역할에 대해 “남북경제협력사업 등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해 기획·추진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의 재량권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정책 추진에 앞서 이재명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 이재명 대표는 당시 대북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 특히 방북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은 사실일까?


정부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명단을 발표했는데 당시 서울시장 박원순, 강원도지사 최문순은 포함됐으나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제외됐다. 당시 ‘청와대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박원순 시장을 지목했다’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것을 이화영 전 부지사가 “향후 대북사업 및 방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방북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 국제대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실장은 콘래드 호텔에서 경기도지사가 방북하면 자신이 담당할 것이라면서 “백두산에 갈 때도 최신형 헬리콥터, 차량을 준비하고 길거리 환영회도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이 왔을 때보다 크게 행사를 치르겠다”라고 약속했으며 이에 이화영 전 부지사는 “좋다”고 화답했다. 이런 영상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특히 방북 비용이 북측으로 흘러간 시점을 전후로 경기도 공문이 재차 발송된 점을 두고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황이 확인된다”라고 했다.


사실이다. 경기도는 같은 해 5월 협력사업 점검을 위한 경기도 대표단 방북 요청을 시작으로 △쌀 10만 t 지원(6월) △태풍 피해 복구 협력(9월) △민족협력사업 회의(11월) 등을 명목으로 경기도가 아태위에 이 대표의 방북을 요청하는 공문을 4차례나 보냈다.


방북 당사자이자 최종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이 같은 본인의 방북 추진 사실을 몰랐을 리 만무하다. 정말 몰랐다면 그건 무능한 정도가 아니라 바보 천치다.


재판부가 “쌍방울이 경기도의 대북사업 비용을 대납한 것”이라고 결론 내린 이유다.


대체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 내용 중 어디가 ‘조작’이고 ‘모해위증’이라는 것인지 이재명 대표는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수사기관인 검찰이 아니라 사법부를 직접 겨냥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거침이 없다.


당을 장악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국회의장은 물론 원내 2당의 몫으로 넘기는 게 관례였던 법사위원장과 여당의 몫으로 넘겼던 운영위원장과 방통위원장까지 모두 싹쓸이해 입법부를 장악하더니 이제는 아예 사법부까지 통제하려 드는 것 같아 섬뜩하기 그지없다.


이러다 정말 나경원 의원의 말처럼 '이재명의 민주당'이 집권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에 고개 조아리지 않는 소신 법관을 탄압하고 찍어내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나 의원은 또 “검찰, 공수처, 그것으로도 모자라면 특검. 거기에 국정조사에 탄핵소추로 집요하게 괴롭히고 굴복시킬 것이 뻔하다”라고 했는데, 이재명 대표의 행태를 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러다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를 넘어 저 아프리카 어느 오지의 나라처럼 정치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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