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그 끝이 보인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6-18 14: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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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방탄’도 이제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무려 7개 사건에 11가지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는 이재명 대표가 어느 하나라도 유죄를 선고받는 순간 철통같던 방어벽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조짐이 엿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8년 12월 당시 김병량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선거법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김 씨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서 자신이 위증했다는 사실을 자백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다.


이재명 대표가 1심 선고를 앞둔 '위증교사 사건'의 당사자와 통화한 음성 파일이 공개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화가 이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강요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18일 “징역형도 가능하다”라고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그동안 거대 야당의 독주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여당이 이를 계기로 야당에 빼앗긴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녹취 파일이 “유죄 판결될 가능성이 큰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되면 벌금형보다는 징역형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교도소에 갈 실형은 아니더라도 집행유예가 붙을 정도의 징역형은 나올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재판과 관련해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김진성 씨와 대화한 내용이 담긴 음성 자료를 공개하며 “명백한 위증교사”라고 주장했다.


대체 공개된 녹취록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인가.


지난 2019년 2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각종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이 이루어지던 중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 씨는 법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시장 측에서 이재명을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기 위해 KBS PD 고소는 취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 증언은 나중에 이재명이 최종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증언에 앞서 이재명 측이 증언할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경기도 비서실 소속 공무원을 통해 법원에 제출할 진술서를 요청했다는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었다. 아마도 당시 검찰이 포착한 정황이라는 게 이번에 공개된 녹취 파일인 듯하다.


실제로 공개된 녹취 파일을 보면, 이 대표는 고인이 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김진성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어차피 시장님은 돌아가셨고 세월도 다 지나버렸다. 얘기 좀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했으나 김 씨는 처음엔 “오래돼 기억도 잘 안 난다”라고 사실상 거절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우리 주장이 담긴 변론 요지서를 보내드릴 테니 기억을 되살려 보시라”고 재촉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사실상 변론 요지서에 적혀 있는 대로 답변을 해달라는 ‘위증교사’가 명백하다. 이 같은 녹취 파일이 검찰의 기소 판단에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김 씨도 나중에 법정에서 이 대표의 요구대로 위증했다고 실토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일단 유죄다.


위증교사 혐의는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적시된 세 가지 혐의 중 하나였다. 이후 구속영장 기각 결정문(입장문)에서 영장판사는 이 부분(위증교사)의 범죄 혐의사실이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진실을 증언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는 이 대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상 유죄라고 판단 셈이다. 이건 대단히 중대한 범죄행위로 징역형 이상의 선고가 낼질 수가 있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기준상 위증을 교사한 경우, 특히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면 가중요소로 고려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철통같은 방어선이 한번 무너지면 동시에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만 한다. 거대한 의석을 무기로 죄를 덮을 수 있는 사회라면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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