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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희룡 후보가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 때만 해도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어대한’ 분위기로 모두가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전당대회가 그의 등장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그런 기대감이었다.
물론 그 기대감에는 고향 후보인 원희룡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애틋함이 작용했음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겠다. 실제로 그가 제주도지사로 재임 중에는 “지인들과 함께 관광 왔으니 지사께서 밥 한 끼 사시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쓴 적도 있다. 도백의 빡빡한 일정상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객기 부리듯이 떼를 썼다는 건 그만큼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이번 전대 과정에서 보인 그의 모습은 정말 실망이다.
특히 그가 김 여사의 '사과 의향'이 담긴 문자를 한동훈 후보가 무시한 것에 대해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 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발언한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아무렴 당 대표가 선거에서 고의로 졌겠는가.
문제는 그 똑똑한 원희룡 후보가 상식적이지 않은 이런 모습을 보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토론회에서는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하겠다더니 바로 그다음 날에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이런저런 의혹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급기야 11일에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금감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의혹에 이어 총선 비례대표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등을 거론하며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사퇴하겠냐”고 물었다.
의혹이 있다면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그의 해명이 모두 거짓이라면 물러나라고 하지 않아도 한동훈 후보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원 후보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건 ‘후보 검증’을 빙자한 ‘마타도어’에 불과하다.
최근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도 그렇다. 원 후보가 이를 공개하진 않았겠지만, 아무튼 그쪽 진영에서 공개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전당대회는 구정물처럼 혼탁해졌고, 정작 그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아마도 당내에 만연한 ‘어대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보니 이렇게 됐을 것이다.
이건 옳지 않다. 오히려 원 후보 측의 이런 무리수로 ‘한동훈 동정론’에 힘이 실리는 역풍이 불고 있을 뿐이다.
최근 공개된 3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모두 한동훈 후보의 상대로는 원희룡 후보보다도 나경원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반 등장할 때만 해도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나경원 후보보다는 원 후보가 우위에 있었으나 며칠 되지도 않아서 역전되고 말았다. 이런 상태라면 나 후보가 원 후보를 앞서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원희룡 후보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있다가는 원 후보를 향한 후보직 사퇴 압력이 거세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한동훈 후보도 김 여사 사과 의향을 받아들여 사과를 끌어내지 못한 지점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설사 대통령실의 다른 사람들 등 다른 그룹이 김 여사의 사과를 반대했더라도 진정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집권당 대표로서 김건희 여사 의도를 제대로 확인하고 사과를 관철했어야 옳았다. 그걸 못하고 이른바 ‘읽씹’해 버렸다면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잘못이다.
지금 진흙탕 싸움과도 같은 전당대회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 가운데 누가 승리를 하더라도 내부분열은 불가피하다. 분당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2026년 지방선거는 물론 2027년 대통령선거도 기약할 수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따라서 이런 사태를 초래한 원희룡 후보는 당 대표 후보직을 사퇴하고, 한동훈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할 거까지는 없지만 일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건 어떨까. 그래야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후유증이 덜할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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